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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텍사스 총격 현장 찾아 추모…'총기 개혁'은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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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텍사스 총격 현장 찾아 추모…'총기 개혁'은 난항

입력
2022.05.3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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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유밸디 방문해 희생자 애도·유가족 면담
美 법무부, 경찰 부실 대응 조사 착수
공화당 반대로 '총기 규제 법안' 번번이 무산돼
바이든 "행정명령은 제한적…의회 설득 필요"

29일 조 바이든(중간) 미국 대통령과 질 바이든(오른쪽) 여사는 21명의 희생자가 나온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의 총격 참사 현장을 찾아 유가족과 생존자들을 위로했다. 유밸디=AP 연합뉴스

29일 조 바이든(중간) 미국 대통령과 질 바이든(오른쪽) 여사는 21명의 희생자가 나온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의 총격 참사 현장을 찾아 유가족과 생존자들을 위로했다. 유밸디=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명의 희생자를 낸 텍사스주(州) 유밸디의 총격 참사 현장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29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참사 5일 만인 이날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사건이 발생한 롭 초등학교를 방문해 희생자들의 죽음을 애도했다.

지난 24일 18세 총격범은 이 학교에 난입해 무차별 총격으로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 등 모두 21명을 희생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참사 현장에서 롭 초등학교 교장 등 교육 관계자들을 만나고 학교 앞에 조성된 추모 공간에 하얀 장미 꽃다발을 두고 묵념했다. 그는 희생 아이들의 사진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유밸디에 있는 세이크리드허트 가톨릭교회를 방문해 추모 미사에 참석했다. 성당을 나오면서 누군가가 "뭐라도 하라(Do something)"라고 소리치자 "우리는 그렇게 할 것(We will)"이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후에는 비공개로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들을 만나 면담했다.

유밸디 주민들은 경찰의 부실 대응에 분노하고 있다고 미국 공영라디오 NPR 등은 전했다. 총격범이 교실에 들어가 총기를 난사하는 동안 19명이나 되는 경찰들은 교실 바깥 복도에서 48분간 대기하며 범행을 방치했다. 경찰서장은 총기 난사를 인질 대치극 상황으로 오판해 진입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공포에 질린 아이들이 911에 총 8차례나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경찰이 봉쇄된 교실에 진입해 총격범을 사살한 건 최초 신고 이후 1시간 20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미국 법무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의 대응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앤서니 콜리 법무부 대변인은 유밸디 시장의 요청에 따라 법 집행기관의 대응에 대한 '중대 사건 검토'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콜리 대변인은 "그날의 법 집행 조치와 대응에 대한 독립적인 판단을 제공하고, 최초 출동요원들이 총격 사건에 대비하고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교훈과 모범 사례를 식별하려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 평가는 공정하고 투명하고 독립적일 것"이라며 "검토가 끝나면 조사 결과가 담긴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전미총기협회(NRA) 연례 총회에 참석한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크루즈 의원은 이 자리에서 "무장한 나쁜 사람을 막을 수 있는 건 무장한 좋은 사람"이라며 총격 참사는 총기 자체와는 상관 없는 '문화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휴스턴=AP 연합뉴스

지난 27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전미총기협회(NRA) 연례 총회에 참석한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크루즈 의원은 이 자리에서 "무장한 나쁜 사람을 막을 수 있는 건 무장한 좋은 사람"이라며 총격 참사는 총기 자체와는 상관 없는 '문화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휴스턴=A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이 유밸디를 방문한 이날, 희생자 유가족과 총기 규제 운동가들은 애도를 넘어 실질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스스로를 희생자의 사촌이라고 밝힌 매킨지 이노호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유밸디의 사람들과 함께 애도하려는 결정을 존중하지만,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며 "대형 총기 참사가 벌어지면 뉴스에 나고, 사람들이 울고, 그리고 끝이다. 같은 일이 계속 반복해서 벌어지게 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총격 참사 때마다 약속하는 '총기 개혁'이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공화당의 반대로 총기 규제 법안이 매번 무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버펄로에서 벌어진 흑인 겨냥 총격 참사를 계기로 지난 26일 상원에서 국내 테러방지법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지만, 공화당 표가 부족해 통과되지 못했다. 상원에 계류 중인 총기 구매자 신원조회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규제 법안도 전망이 밝지 않다. 전미총기협회(NRA)로 대표되는 총기 제조업자들이 공화당 의원들을 로비해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의원들이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미국 CNN방송은 "고착된 국가 정치와 공화당의 격한 반대를 고려하면, 이번 유밸디 참사가 대중적 분노가 정치적 타성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는 비현실적"이라고 분석했다.

공화당의 벽에 가로막힌 바이든 대통령에게 최선의 선택은 입법부를 거치지 않는 행정명령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여러 선택지가 있긴 하지만, 총기 규제 입법과 관련한 뚜렷한 분열 때문에 행정명령이 그가 고를 수 있는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온라인에서 총기 부품을 구매한 후 조립하는 일명 '유령총(ghost gun)'을 만들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행정명령은 주법으로 무력화될 수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7일 버펄로 총격 참사 현장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며 "의회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간 총기 규제 협상에 간섭하지 않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당분간 구체적인 정책 제안이나 행정명령을 내놓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다만 이번 참사 후 공화당 내부에서 전과는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는 점은 총기 개혁에 희망적이다. 총기구매 자격 강화 법안을 발의한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그 어느 때보다도 해결책을 찾기 위해 대화하고자 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많다"며 "결국 상심한 채로 (협상이) 끝날 수는 있지만, 지금은 전례 없이 중요한 방식으로 공화당원, 민주당원들과 함께 협상하고 있다"고 미국 ABC방송에 전했다. 민주당 소속의 딕 더빈 상원 법사위 위원장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이번 사건의 끔찍함 때문에 동료 공화당원들로부터 (총기 개혁과 관련해) 다른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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