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을 능가한 사람이 있다. 15세기 스페인 이사벨 여왕이다. 그녀는 콜럼버스가 이끈 신항로 개척에 베팅해 스페인 황금시대를 열었다. 여왕이 후원한 콜럼버스는 오늘날로 보면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충만한 기업가다. 그는 통념을 깨고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했다. 당시 유럽인들은 인도 향신료를 구하는 루트가 육로든 바닷길이든 동쪽이라 믿었다. 인도가 유럽의 동쪽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콜럼버스는 서쪽 항로를 택했다. 당초 목표했던 성과는 거두지 못했지만 대신 신대륙을 발견했다.
영한사전은 '기업가'를 '비즈니스맨(businessman)' 또는 '앙트레프레너(entrepreneur)'로 번역하고 있다. 우리말과 달리 영어는 '비즈니스맨'을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앙트레프레너'를 '돈을 벌기 위해 재정적 위험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거나 거래를 주선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슘페터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고 새로운 형태의 조직을 창조해 내며 새로운 원자재를 개발해 냄으로써 기존의 경제적 질서를 파괴하는 사람'을 앙트레프레너라 불렀다. 앙트레프레너의 철학과 정신이 곧 기업가정신이다. 우리말 사전은 기업가정신을 '기업의 본질인 이윤을 추구하고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기 위하여 기업가가 갖추어야 할 자세나 정신'이라고 정의한다.
우리나라가 기업가정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다. 경제위기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기업의 경제적 역할과 사회책임성을 강조한 분위기를 반영했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은 사회의 가장 약한 부분을 먼저 무너뜨렸고 이로 인해 많은 사회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가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을 개최했다. 기업이 경제적 가치 창출과 함께 새롭게 대두되는 사회문제에 대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여 해결하자는 것이 신기업가정신의 요지이고, 이 시대가 기업에 요구하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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