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식 APEC기후센터 원장 "기후위기 피해자 급증"
온난화 속도 감안 땐 하루 1개씩 신종 감염병 발생
모두가 온실가스 감축 나서야 "나부터 저탄소 소비"
“기후위기를 먼 나라 이야기나 남 일로 받아들여선 안 됩니다. 신종 감염병을 비롯해 폭염과 식량문제 등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갈수록 늘고 있어 누구도 예외가 아닙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어 이번에는 원숭이두창이다. 잇따른 인수공통감염병(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상호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한 전염성 질병으로, 특히 동물이 사람에 옮기는 감염병을 지칭) 확산으로 세계 각국은 비상이다. 전문가들은 2070년까지 최소 1만5,000 종류의 이종 간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루 1개꼴로 신종 감염병이 생겨난다는 얘기다.
신도식 APEC(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 기후센터 원장은 “기온이 올라가면 병원균의 활동성이 높아지고, 서식지 파괴로 야생동물과 인간의 거주지가 가까워지면서 인수공통감염병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며 “몇 년씩 마스크를 쓰고 벗는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온실가스부터 감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원장은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앞에 닥친 기후위기를 절박하게 인식하고 당장 기후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올 3월 제5대 APEC기후센터 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기상청에서 예보국장, 기후과학국장, 기획조정관을 거쳐 부산지방기상청장과 수도권기상청장을 역임한 기상·기후 전문가다. APEC기후센터는 2005년 21개 APEC회원국 합의로 부산에 설립됐다. 기상청 산하기관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각국 기상청과 유관기관에 맞춤형 기후예측 정보를 생산·제공한다.
신 원장은 “자정 능력을 넘어선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촌 곳곳에서 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며 “감염병은 물론 올 초 유례 없는 산불과 태풍, 홍수도 그 징조”라고 말했다. 그는 일찍이 시작된 폭염 위험성에 대해서도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신 원장은 “과거 태풍 매미(2003)와 루사(2002)가 200명 이상의 큰 인명 피해를 낸 적이 있지만, 그래도 태풍은 영향을 미치는 기간이 짧고 진로를 예상할 수 있어 대비할 수 있다”며 “반면 폭염은 장기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쳐 효과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에서 2020년까지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522명으로, 같은 기간 태풍과 호우로 인한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3배 많다. 온열질환자만 놓고 보더라도 2020년 391명에서 지난해 973명으로 2.5배 늘었다.
그렇다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신 원장은 “기후위기가 초래할 문제들은 복잡다단하지만 일상에서 지구온난화 주범인 탄소를 줄이는 방법은 간단하다”고 강조했다. △종이컵 사용 금지 등 다회용품 사용 생활화 △핸드타올 대신 손수건 사용하기 등 종이 절약 일상화 △가까운 거리는 걷고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 배기가스 저감 생활화 △공용 쓰레기통 이용하기 등 쓰레기 감축 상시화, 이른바 ‘Net Zero, Zero Waste’ 실천이다.
신 원장은 이미 직원들과 친환경 중심의 저탄소 소비생활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센터 차원에서도 이상기후 현상에 대한 예측 능력을 높인 정보를 제공해 각 분야에서 기후변화 대응 체계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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