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경유 'L당 2000원' 동반 돌파
국제유가도 지속적인 오름세
"유가 하락 요인이 안 보인다"
고삐 풀린 기름값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국내 휘발유와 경유 평균 가격이 나란히 리터(L)당 2,000원을 넘긴 가운데 국제유가도 급등세만 고집하고 있다. 당분간 기름값의 고공행진은 지속될 조짐이란 얘기다. 소비자 부담 또한 늘어날 전망이다.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20%에서 30%로 높이면서 기름값 안정에 나선 정부에도 남겨진 카드가 여의치 않아서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일 대비 상승한 2,003원을, 경유 판매가격은 2,004원을 기록했다. 지난 11일 경윳값이 휘발윳값을 넘어선 데 이어 26일엔 사상 최초로 휘발유와 경윳값 모두 2,000원을 돌파하면서 기록적인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에도 현재진행중인 기름값 상승은 지속적인 국제 유가의 오름세 때문이다. 가뜩이나 상승세였던 국제유가는 올 들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파생된 공급 불안정까지 겹치면서 급등세로 돌변했다. 최근엔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이면서 수요까지 더 늘어났다.
실제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3일(현지시간) 기준, 배럴당 76.08달러에 거래됐던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 26일엔 114달러를 넘어섰다. 올 들어서만 무려 50%가량 상승한 셈이다. 브렌트유도 최근 6거래일 연속 상승, 117.4달러로 마감하는 등 120달러를 향해 치솟고 있다. 국제유가가 2~3주 뒤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는 추이를 고려했을 때, 당분간 국내 유가 상승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역시 안정세로 돌아설 기미조차 사실상 전무하단 점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폭등세만 잠잠해졌을 뿐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데, 하락세로 점쳐질 만한 이렇다 할 신호가 보이지 않아서다. 여기에 하절기 이동 수요가 계속 늘고 있고, 코로나19 여파로 도시 곳곳이 봉쇄됐던 중국 수요가 늘어날 경우 기름값은 더 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국제유가 상승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사실상 장기화로 들어설 조짐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다가오는 6~8월은 드라이빙 시즌이라 석유 수요가 증가하지만 산유국들의 증산 소식은 없다”며 “여전히 석유 공급이 큰 폭으로 개선되는 게 아니어서 고유가 추이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조 실장은 이어 “경기둔화 지표가 나오면 유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도 있지만, 상승·하락이 반복되면서 고유가가 지속되는 행보가 고착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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