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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소명, 임인경장(壬寅更張)

입력
2022.05.30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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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록
윤종록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21세기 당파싸움에 휘말린 작금의 대한민국을 200년 전의 큰 어른, 다산의 눈으로 새로이 조명하여 해법을 제시한다.

하드파워시대 지나고 소프트파워시대
대한민국 도약은 창의와 혁신에 달려
새 정부, 정치 교육 금융 등 대혁신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종청사 MZ세대 공무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종청사 MZ세대 공무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억의 반대는 망각이 아니라 상상이다. 기억은 이미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는 과거로의 여행, 상상은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미리 가보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1948년에 부활한 이스라엘을 불과 70년 만에 세계 최고의 '창업국가'로 만든 시몬 페레스 대통령이 자서전 '작은 꿈을 위한 방은 없다'를 통해 남긴 메시지다. 그 누구도 아직 안 가본 미래를 상상하는 힘, 그게 바로 소프트파워다.

인류는 '데이터 대항해 시대'라는 문명사적 전환기에 살고 있다. 500년 전 '대항해 시대'에는 튼튼하고 안전한 배를 가진 자가 패권자였다. 바람의 힘을 증기, 엔진, 전기의 힘으로 바꾸며 하드파워로 경쟁해왔다. 그러나 지금의 '빅 데이터'라는 거대한 바다는 그런 배를 요구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지만 더 중요한 힘, 소프트파워가 답이다. 원료를 수입하여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상을 거대한 혁신으로 만드는 소프트파워다. 세계 면적의 0.07%, 세계 인구의 0.7%로 지난 50년에 걸쳐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을 만든 우리 국민이 새로운 정부를 선택한 이유다.

더 도약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하드파워 강국이 아니라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지만 훨씬 더 중요한 소프트파워다. 단 한 개의 방도 소유하지 않은 '에어비앤비'의 시가총액은 18만 개의 방을 소유하고 있는 힐튼, 메리어트 호텔을 능가한다. 단 한 대의 자동차도 생산하지 않는 우버의 가치는 매년 2,00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세계 3대 자동차 회사를 능가한다. 혁신의 출발은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미리 가보는 상상이다. 발로 딛고 있는 지구 외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디지털 세상이 없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비옥한 디지털 토양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심지어 국경이 없는 무한의 영토다.

지난 50년의 우리 경제는 근면을 앞세운 하드파워가 주도했다면, 이제는 소프트파워를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정치조차 누리는 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미래를 미리 상상하며 준비하는 봉사하려는 자들의 몫이어야 한다. 교육의 목표는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좋은 일자리를 만들 줄 아는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 암기가 아니라 모든 교과목에서 상상력이 강조되어야 가능하다.

위험을 회피하는 융자의 풀장에서 젊은이들은 도전하지 않는다. 부력이 없기 때문이다. 위험을 감수할 줄 아는 투자 중심의 소프트파워가 강한 금융이라야 한다. 미국발 경제위기를 안고 출범한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첫해에 실업률 10%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주문했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라면 달나라까지라도 가서 모셔오겠다는 생각으로 인재를 등용했고 국내는 물론 해외 젊은이들의 가슴까지 뛰게 했다. 미국에서 성공한 기업의 48%는 외국인이 들어와서 만든 기업이다. 그는 불과 8년 만에 실업률을 4%로 진정시킬 수 있었다. 경상도 면적의 네덜란드가 미국 다음으로 농업수출 2등을 일궈냈고 인구 130만의 에스토니아는 세계에서 단위 인구당 창업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가 됐다. 모두 소프트파워가 강한 나라들이다.

소프트파워가 잘 작동하도록, '거문고 줄'을 다 바꿔야 한다. 국가를 지탱하는 여섯 거문고 줄은 정치, 교육, 규제, 금융, 문화, 국방이다. 2022년 '임인경장(壬寅更張)'을 준비해야 한다. 근면한 손발이라는 하드파워 위에 세계 최고의 두뇌로 소프트파워가 강한 나라를 만들어 '데이터 대항해 시대'를 리드하는 것이 우리의 시대정신이다.

윤종록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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