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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퀘벡주 '프랑스어 보호법' 통과에...연방정부 "법정 다툼 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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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퀘벡주 '프랑스어 보호법' 통과에...연방정부 "법정 다툼 불사"

입력
2022.05.26 17:01
수정
2022.05.26 18:2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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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학교 학생 수 제한·난민도 불어로만 서비스
주의회서 압도적 표차 가결됐지만 반발 줄이어
퀘벡 지역구로 하는 트뤼도 총리에도 불똥 튈 듯

캐나다의 프랑스어 사용 지역인 동부 퀘벡주의 한 교통 표지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영어 정지 사인인 'STOP' 대신 프랑스어로 정지를 의미하는 'ARRÊT'가 적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캐나다의 프랑스어 사용 지역인 동부 퀘벡주의 한 교통 표지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영어 정지 사인인 'STOP' 대신 프랑스어로 정지를 의미하는 'ARRÊT'가 적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북아메리카 유일의 프랑스어 사용 지역인 캐나다 동부 퀘벡주가 주 내 영어 사용을 제한하는 일명 ‘불어 보호법’을 통과시켰다. 법률 및 공무 영역에서 프랑스어 상용을 유도하겠다는 것이 법안의 핵심인데, 영어에 익숙한 주민들이 공공서비스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맞물리면서 지역 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연방정부까지 퀘벡주의 결정에 반대 의사를 내비치면서 갈등은 캐나다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25일(현지시간) 캐나다 공영 CBC방송 및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캐나다 동부 퀘벡주 의회는 전날 퀘벡주 내 언어 사용과 관련한 ‘법안 96’을 찬성 78 대 반대 29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법원과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영어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퀘벡에 도착한 난민이나 이민자들은 정착 6개월 이후에는 프랑스어로 공공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며, 그렇지 못하는 경우 사회보장 서비스에서 배제된다. 영어로 교육하는 기관에 등록하는 학생 수도 제한된다. 프랑수아 르고 퀘벡주 총리는 법안을 두고 “퀘벡 공식 언어에 보호 수준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법안 통과는 논란에 불을 지폈다. 퀘벡주 내 영어 사용 주민의 수가 30만~50만 명에 이르는 만큼, 이들이 프랑스어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퀘벡주 현지 매체 몬트리올가제트에 따르면 매트 애런슨 퀘벡커뮤니티그룹네트워크 대변인은 “표 계산에만 몰두하는 정치인들이 (영어권) 퀘벡 주민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면서 “시민들은 악법을 인식해야 하며 주 및 연방 정치권 조치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퀘벡 거주 영어 사용 시민들은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연방정부도 퀘벡주의 법안 통과에 제동을 걸 방침이다. 데이비드 라메티 법무장관은 이날 “캐나다인의 헌법적 권리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는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CBC는 라메티 장관이 “처음부터 이 법안에 대해 우려했다”며 이민자에 대한 영향은 물론 사법 및 의료에 대한 접근, 원주민 권리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놨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르고 주 총리는 “언어적 소수자(영어 사용자) 보호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 서비스 등에서 영어 사용자의 접근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또 “퀘벡 주민의 대다수는 법안을 찬성하고 있다”며 “(라메티 장관의) 발언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불똥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연방총리에게 튈 전망이다. 트뤼도 총리는 역시 총리를 역임한 부친 피에르 트뤼도에 이어 퀘벡주 몬트리올을 지역구로 하고 있다. 지역구 내에서 첨예한 갈등이 불거진 만큼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트뤼도 총리의 공식 논평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가디언은 “총리가 기자들과 만나 법안 내용에 대해 ‘우려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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