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 적용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노동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임금피크제를 인건비 삭감이나 퇴직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악용해온 관행에 확실한 제동을 걸어줬다는 이유에서다. 노동계에선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반강제적으로 도입돼온 임금피크제의 실효성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노총은 26일 대법원 판결 이후 논평을 내고 "이번 판결은 연령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명백한 차별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준 것으로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대법원이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4조의 4 제1항을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노동자들의 권리보장에 충실한 전향적인 해석이므로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보장하되 일정한 나이부터 임금을 깎는 제도다. 심각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이 1980년대 최초 도입했고, 2000년대 들어 국내에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3년 이른바 '정년연장법'이 국회를 통과해 2016년 1월부터 근로자 정년이 만 60세로 늘어나면서 임금피크제 도입이 본격화됐다. 정년연장에 따른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경감시켜 청년 채용을 유도하자는 논리였다. 2015년 말에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 도입이 완료됐고, 민간기업도 작년 기준 직원 300명 이상인 회사의 52% 정도는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이라는 통계가 있다.
문제는 임금 감액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같은 업무를 하면서 임금만 삭감하는 등의 악용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임금피크제를 악용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고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의의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번 판결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도입된 임금피크제는 대부분 임금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업무도 달라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 대다수 사업장에서 시행 중인 임금피크제에 대해 무효라고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임금피크제도의 도입 취지를 명확히 해준 판결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자체를 무효로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 등을 도입한 경우 유효가 될 여지를 남겨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에선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임금피크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노총은 "오늘 판결을 계기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는 현장의 부당한 임금피크제가 폐지되기를 바란다"며 "한국노총은 현장 지침 등을 통해 노조 차원에서 임금피크제 무효화 및 폐지에 나서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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