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이, 열흘간 남태평양 8개국 순방
브릭스 확대 이어 美 인태 전략 '구멍' 시도
北, 우크라이나에 밀려난 북핵 의제 찔러 넣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부른 유럽 내 신냉전 구도가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20~24일)을 계기로 미국의 중국 고립화 전략이 구체화하자 중국은 남태평양 진출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전선에 묶인 러시아마저 군용기를 통한 위력 시위에 동참하는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미국에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면서다.
바이든 대통령의 인·태 지역 내 중국 봉쇄 시도에 중국은 '남태평양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6일부터 내달 4일까지 남태평양 도서국가 순방 일정에 돌입했다. 왕 부장은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사모아, 피지, 통가,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등 사실상 남태평양 전역을 돌며 양측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왕 부장의 이번 순방에 "열흘이라는 기간에 걸쳐 남태평양 8개국을 도는 거대한 순방"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에 대한 반격"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띄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구멍'을 내겠다는 목적이 분명한 순방이라는 뜻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순방에서 이 지역 국가들에 대한 수백만 달러 규모의 지원과 중국·남태평양 국가 간 FTA 체결 가능성과 안보 협력 방안 등을 담은 '포괄적 개발비전'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간 호주 영향권에 가까웠던 남태평양 지역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어 미국의 인·태 전략을 상쇄할 전초기지로 격상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영국 가디언은 "양측 간 협력 범위가 해양 감시 분야로 확대될 경우 쿼드가 추구하는 인·태 지역 내 해양 안보 이니셔티브는 약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중국은 투명성 없이 모호하고 수상쩍은 거래를 제안하는 패턴이 있다"며 떳떳하지 못한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중국은 브라질·러시아·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비서방권 경제대국으로 구성된 브릭스 확대 카드도 띄워놨다. 지난 19일 열린 브릭스 외교장관회의에서 중국은 "연합 자강의 모범을 보이자"며 새 회원국 영입 구상을 발표했다. 미국과 거리를 두고 있는 중동이나 아세안(ASEAN)이,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을 끌어들여 쿼드에 대적할 수 있을 만큼 덩치를 키우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러시아도 중국에 힘을 보탰다. 쿼드 정상회의가 진행 중이던 24일, 중·러는 6대의 군용기를 띄워 동해 상공에서 합동 훈련을 벌었다. 정례적 훈련이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군사적 여력이 크지 않은 러시아 사정을 고려했을 때, 쿼드에 대한 중러 양국 간 공동 대응 의지를 보이기 위한 위력 시위로 간주됐다.
25일 ICBM을 발사한 북한의 노림수도 미중 간 대치 강도가 정점을 향하고 있는 국면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으로선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북핵 문제가 미국의 주요 외교 의제 후순위로 밀리는 것을 막고 싶었을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 기회에 북핵 의제를 바이든 눈앞에 찔러 넣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북한의 군사 시위 책임이 미국에 있다며 북한을 두둔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6일 전문가를 인용,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는 "실탄 사격 훈련 재개 등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기간 이뤄진 대북 압박에 대한 입장"이라며 "미국은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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