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힐 시어터' 자리에 문 여는 '빛의 시어터'
개관전 '구스타프 클림트, 골드 인 모션'
구스타프 클림트의 황금빛 '키스'가 서울을 물들인다. 제주 '빛의 벙커'에 이어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 문을 여는 '빛의 시어터' 첫 전시를 통해서다.
27일 개막하는 '구스타프 클림트, 골드 인 모션'은 클림트의 명작을 빛과 음악으로 재해석한 몰입형 전시다. 고화질 프로젝터로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 '유디트' '생명의 나무' 등의 고화질 이미지 3,000개 이상을 벽, 기둥, 바닥에 쏘아 올린다. 총면적만 3,400㎡(약 1,028평), 층고 21m에 이르는 압도적 규모의 전시장 내 관람객은 마치 작품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사방팔방 넘실대는 작품과 함께 흐르는 바그너와 베토벤, 말러, 푸치니 등의 음악도 몰입을 돕는다. 전시를 연출한 지안프랑코 이안누치 아트디렉터는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전시를 만들고자 했다"며 "관람객이 오감을 사용해 관람하길 바란다"고 했다.
무엇보다 공간적 특색을 잘 살린 전시다. 1963년 개관 이후 이른바 '워커힐 쇼'로 유명했던 '워커힐 시어터' 자리가 '빛의 시어터'로 재탄생했다. 옛 극장의 샹들리에와 리프트 등 무대장치는 일부러 그대로 뒀다. 무대 위의 배우가 되는 경험을 관람객들에게 선사하기 위해서다.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미술 관련 지식 없이도 작품을 쉽게 감상할 수 있게 돕는다. 이안누치 아트디렉터는 "(수동적으로 관람하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관람객이 전시장 곳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자신만의 전시로 구성할 수 있게 된다"며 "관람객이 올라설 수 있는 무대가 있는 유일한 전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느라 주변을 둘러보지 않는 이들에게 공통의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더 많은 교류와 만남의 장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빛의 시어터'는 모바일 티머니로 잘 알려진 티모넷이 제주 '빛의 벙커'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빛의 시리즈' 프로젝트다. 티모넷은 2018년 제주 성산의 국가 통신시설 벙커를 미디어아트 전시장으로 탈바꿈해 국내에 몰입형 전시를 처음 선보인 바 있다. 관람객만 150만 명 넘게 들면서 제주의 문화·예술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박진우 티모넷 대표는 "'빛의 시어터'도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대표적 문화재생공간이자 서울을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했다.
전시는 내년 3월 5일까지 이어진다. 입장료 1만~2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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