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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고양이 보호는 공통분모를 찾기 어려우리라" … 환경운동은 왜 모순덩어리처럼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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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고양이 보호는 공통분모를 찾기 어려우리라"… 환경운동은 왜 모순덩어리처럼 보일까?

입력
2022.05.26 15:16
수정
2022.05.26 16: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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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보호 운동가와 고양이 애호가는 분명 그 보호 활동의 공통분모를 찾기 어려우리라

요헨 뵐쉐, 슈피겔 기자

환경을 보호하자는 일반론에 반대하는 사람은 드물다. 환경운동가뿐만 아니라 관료, 정치인까지 생물다양성 보전을 언급하는 시대다. 문제는 각론에서 불거진다. 무엇을 보호해야 할지,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저마다 의견이 다르다. 활동가들의 주장이 충돌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뵐쉐가 환경운동의 맹점을 신랄하게 꼬집은 1983년이나 지금이나 공론장에서는 비슷한 논쟁이 되풀이된다. 환경운동이 무엇인지 정의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요아힘 라트카우는 수자원 보호, 산림 보호, 자연 보호, 동물 보호, 자연 경관 보호, 토양 보호, 노동 보호, 산업 시설의 주변 보호 등 환경운동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영역들이 사실은 세부적으로는 전혀 다른 영역들이라고 지적한다. 유기동물 보호와 탈원전 운동이 큰 뜻에서 환경운동으로 묶이는 이유다. 부산환경운동연합과 환경운동연합 탈핵위원회가 11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역에서 고리2호기 수명연장저지 투쟁선포식을 열고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요아힘 라트카우는 수자원 보호, 산림 보호, 자연 보호, 동물 보호, 자연 경관 보호, 토양 보호, 노동 보호, 산업 시설의 주변 보호 등 환경운동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영역들이 사실은 세부적으로는 전혀 다른 영역들이라고 지적한다. 유기동물 보호와 탈원전 운동이 큰 뜻에서 환경운동으로 묶이는 이유다. 부산환경운동연합과 환경운동연합 탈핵위원회가 11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역에서 고리2호기 수명연장저지 투쟁선포식을 열고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역사학자 요아힘 라트카우는 최근 내놓은 저서 ‘생태의 시대’에서 환경운동이 모순덩어리처럼 보이는 이유를 설명한다. 환경운동이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환경운동이란 한마디 단어로 ‘운동’을 정의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은 철새와 길고양이 보호부터 탈원전에 이르는 광범위한 주제를 다룬다. 라트카우는 “환경이란 신조어는 지금껏 갈라져 있었으며 아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 구체적 실천 영역을 싸잡아 밀랍 인형처럼 굳혀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그러니까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사실상 전혀 다른 영역이 ‘보호’라는 이름으로 싸잡아진다. 여기서 공통점은 단지 ‘보호’가 공공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어 버렸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라트카우는 환경운동을 깎아내리려고 뵐쉐를 인용하지 않았다. 그는 저서에서 환경운동의 역사를 정리하는 ‘무모한 도전’에 나선다. 유럽과 미국에서 벌어진 환경운동을 주로 다뤘음에도 저서는 본문만 848쪽에 달한다. 서론과 주석 등을 합친 전체 분량은 1,040쪽이다. 환경운동이 거둔 성과와 실패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졌는지 추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경운동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작업이다.

현대적 환경운동이 본격화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살충제 등 유독물질이 인간을 비롯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발한 기념비적 저작 ‘침묵의 봄’이 출간됐던 1962년으로 시기를 올려잡아도 현대적 환경운동의 역사는 50년이 조금 넘을 뿐이다. 그러나 저자는 ‘환경운동 이전의 환경운동’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환경’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 이전에도 인간은 자연을 보호하려 애썼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강과 숲은 식수와 땔감의 원천이었기 때문이다. 인구가 늘어나고 목재 소비가 증가하면서 수백 년 동안 버티던 숲이 잘려나가는 모습은 18세기 유럽인들에게도 두려운 광경이었다. 예컨대 1795년 독일에서 출간된 책에는 다음과 같이 예언한다. 숲의 황폐화로 말미암아 “우리 후손의 생활 기반과 활동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말리라. 우리가 저지른 황폐화는 후손이 조상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게 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근대의 ‘자연 보호’는 환경운동과는 다른 맥락에서 진행됐다. 동물권이나 생물다양성으로 논의가 확장된 현대와는 초점이 달랐다. ‘자연 보호’는 오히려 인간을 위해서 자연을 가꾸는 ‘성장 전략’의 일부로 논의됐다. 1900년에 이르러서야 현대적 환경운동의 뿌리가 문헌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는 대도시 시민이 쓰레기와 매연을 걷어내는 활동에 나서는 한편, 동물과 조류를 보호하는 운동이 시작됐다. 1930년대 미국에서는 중서부를 휩쓴 먼지 폭풍이 ‘자연의 복수’로 여겨졌고 이는 세계적으로 토양 문제가 대중적 관심사로 떠오른 계기가 됐다.

환경운동은 1970년을 전후해서 서구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전개된다. 환경에 관심을 보이는 시민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환경운동이 다루는 주제도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된다. 환경운동이 원자력 기술을 주요 문제로 다루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저자는 변화는 명확한 반면 그 원인은 아직까지 분명히 정리되지 않았다면서도 몇 가지 설명을 보탠다. 1960년대 후반 우주에서 찍힌 유명한 ‘푸른 별’ 사진이 지구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어서 베트남 전쟁에서 벌어진 ‘에코사이드(생태 살해)’ 등이 환경운동의 동력이 됐다고 분석한다. 공해가 인간과 생물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드러나면서 산업을 향한 감시도 시작됐다.


생태의 시대. 요아힘 라트카우 지음ㆍ김희상 옮김ㆍ열린책들 발행ㆍ1,040쪽ㆍ4만5,000원

생태의 시대. 요아힘 라트카우 지음ㆍ김희상 옮김ㆍ열린책들 발행ㆍ1,040쪽ㆍ4만5,000원


저자는 환경운동의 당위성을 강조하기보다 환경운동이 어떻게 벌어졌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전개되고 그 성과와 부작용은 무엇인지 담담하게 평가한다. 역사적 사건과 그 배경을 설명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환경운동 일선에서 활동했던 유명한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불러낸다. 관료들과 환경운동 단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정책을 만드는 과정도 다뤄진다. 환경운동 단체들이 기부금을 모금하려다가 격심한 경쟁을 자초하는 모습도 숨기지 않는다. “그린피스를 필두로 한 환경운동은 일차적으로 미디어를 통한 자기 연출에 열을 올린다. 운동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연대하거나, 로비를 통해 정치가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직접적 영향을 주려는 시도는 이로써 뒷전으로 내몰린다.”

환경운동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인류에게 환경운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의 관심사가 달라질 뿐이다. 최근 들어서는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불리던 정보통신기술 산업마저 공해를 배출한다는 사실이 세계적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기후위기는 여러 이론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주제로 부상했다. 저자는 환경운동이 분열되고 혼란스러운 것처럼 보여도 그 배경에는 흔들림 없는 기조와 동기가 있었고 지금도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성장에 한계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 에너지와 오염 문제, 새로운 건강 위험 요소를 둘러싼 두려움, 생명으로 넘쳐나는 자연을 애타게 그리는 갈망, 깨끗한 물과 공기 그리고 편안한 잠이라는 지극히 기본적인 욕구 등은 언제나 환경 운동의 바탕에서 일관되고 주된 동기였다. 이 모든 동기를 포괄하는 체계는 없다. 그렇지만 이 동기들이 서로 맞물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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