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간 28개국 88편 상영
"작년 미얀마 쿠데타, 올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침공으로 수많은 시민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전 세계가 원자재, 에너지는 물론 식량 문제를 겪고 있죠. 국경을 넘어 인류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우리의 깨달음과 인식의 전환이 평창국제영화제가 만들어지고 지속돼야 할 이유입니다."
문성근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이사장은 25일 강원 춘천의 한 복합문화공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 이사장은 "위드 코로나 상황에서 영화와 함께 위로와 치유를 받았으면 하는 뜻에서 올해 영화제 공식 슬로건을 '위드 시네마(With Cinema)'로 정했다"고 밝혔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해 만들어진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올해 4회째로 내달 23일부터 28일까지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는 28개국 영화 88편이 대관령 일대 실내·외 상영관과 캠핑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 상영된다.
개막작으론 어린 우크라이나 체조 선수가 국적을 스위스로 옮기며 겪는 갈등을 다룬 엘리 그라페 감독의 영화 ‘올가(Olga)’가 선정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단초가 된 유로마이단 반정부 시위를 배경으로 한 작품. 지난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작가조합상을 수상했다.
최은영 프로그래머는 “연대와 폭력 사이에서 흔들리는 굳건하면서도 연약한 소녀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섬세하고도 담대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라페 감독은 영상 메시지에서 "우리가 매일 보는 우크라이나의 모습 뒤에는 여전히 현실이 존재한다"면서 "관객들이 가능한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나서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독극물 공격 의혹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니발니', '안네 프랑크의 일기'에 등장하는 상상 속 친구가 현재의 네덜란드로 돌아와 안네를 찾아 다니는 내용을 그린 '안네 프랑크를 찾아서' 등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에서 제작된 영화를 상영했던 '평양시네마' 부문에선 제작이 중단된 북한 영화 대신 분단을 소재로 한 '2차 송환' '수프와 이데올로기' 등을 상영한다.
영화제 기간 동안 다양한 부대 행사와 전시도 열린다. 평창 곳곳에서 야외상영인 ‘캠핑시네마’가 열리고, 산책 이벤트 ‘피프워크’가 진행된다. 가수 선우정아, 10CM 등의 공연도 마련된다. 티켓 예매는 내달 14일부터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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