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로커웨이, 이토록 멋진 일상'
전 뉴욕타임스 기자의 서핑 도전기
중년 여성의 이혼 후 좌초된 일상 회복 기록
2010년 여름, 40대 중반의 미국 뉴욕타임스 기자 다이앤 카드웰은 이혼 후 홀로서기를 위해 분투 중이었다.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편과 뉴욕 브루클린의 우아한 저택에 살던 카드웰은 막 인생의 중심축을 성공 지향적 삶에서 더 의미 있는 무언가로 옮기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좌초된 일상을 어떻게 복구해야 할까. 언제쯤 이 패배자 같은 느낌이 사라질까. 바로 그즈음 그는 운명 같은 사랑을 발견한다. 지역뉴스 섹션의 서비스업 부문 담당 기자로 취재차 찾은 롱아일랜드 어촌 몬토크에서, 그는 파도와 서핑에 매료된다.
'로커웨이, 이토록 멋진 일상'은 이상적 결혼 생활과 사회적 성공이라는 덫에 갇힌 저자가 서핑이라는 신체 활동을 통해 새로운 삶을 개척해내는 에세이다. 로커웨이는 저자가 본격적으로 서핑에 입문하면서 선택한 뉴욕 도심 인근의 해변이다. 맨해튼에서 일하며 브루클린에 살던 저자에게는 열차 두 번, 버스를 한 번 타야 갈 수 있는 외딴곳이다. 지역경제 기반이 탄탄하지 않아 편의시설이 부족한 곳이기도 하다. 저자는 서핑에 집중하기 위해 고된 출퇴근길을 감수하면서 로커웨이로 이주하기에 이른다. 책에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7년간 펼쳐진 다양한 삶의 에피소드와 함께 서핑을 매개로 큰 전환을 맞은 그의 인생관이 담겼다.
'부부라는 관계에 속한 안정적 사교생활, 여러 개의 침실과 좋은 공립학교, 집에서 키운 농작물'과 같은 '상상 속 인생의 덫'에 속박돼 살아온 저자가 처음부터 서프보드에 과감히 몸을 실었을 리는 만무하다. 저자는 도전을 망설이는 스스로에게 되뇐다. "대체 몇 번이나 이랬던 거야? 낯설거나 무섭거나 내가 속해 있다고 믿는 상자 밖으로 끌려 나갈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시도조차 시도하지 않은 거." 그러면서 수년 동안 해외 특파원 지원을 망설이고 사교적이지 못해 업계 교류 파티를 피해 온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다.
더욱이 서핑을 익히는 과정은 실패와 좌절, 창피함의 연속이다. 서핑 역시 저자의 바람대로 이뤄지지 않은 인생의 수많은 다른 일과 같았다. 하지만 저자는 혹사당한 근육이 땅기는 것을 느끼며 깨닫는다. "우리는 실패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서핑 후의 아픔은 하고 싶은 무언가를 전력을 다해 추구하다 얻은 결과였고, 저자는 실패가 두려워 그만두지 않은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물론 저자의 삶에 서핑이 끼어든 후에도 인생의 또다른 암초는 계속 나타난다. 아버지를 떠나보냈고 혼자라는 결핍의 감정이 불쑥불쑥 치고 올라왔다. 로커웨이 새 거처의 리노베이션 공사를 마치자마자 허리케인 샌디와 맞닥뜨렸다. 허리케인이 지나가고 지하실이 완전히 침수됐지만 불행을 마주하는 저자의 대처는 이제 달라졌다. 남의 평가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생계를 꾸리는 로커웨이의 이웃은 저자를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다. 집은 엉망이 됐어도 음식과 쉴 곳과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
책은 운동 신경 없고 소심한 중년의 도시 여성이 서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고 있지만 파도를 타는 저자의 모습보다는 서핑으로 변화하는 내면 묘사에 방점이 찍혀 있다.
특히 저자는 자신의 변화에 서핑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면서도 "갑자기 용맹한 전사가 되어 세상을 헤쳐나가 운명을 거머쥐었다고 한다면 그건 다 허튼소리"라고 말한다. 서퍼가 된 후에도 그는 여전히 수줍고 말주변 없고 불안한 이전과 같은 인물이다. 다만 일단 밖으로 나가 탐험하고 직접 부딪쳐 장소와 사람을 경험하게 됐다.
결국 저자가 전하고 싶은 것은 인생을 바꾸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고 누구든 사회가 정해 준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메시지다. 취약한 내면을 솔직하고 섬세하게 그림으로써 삶의 파고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북돋우는 책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가 영화로 제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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