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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가

입력
2022.05.26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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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연합뉴스

다시 한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야기를 꺼내야 할 것 같다. 돌이켜보면, 검찰 출입기자에게 지난 4월은 검수완박의 달이었다. 민주당은 '기습적'으로 검찰이 직접수사를 못 하게 법을 바꾸겠다 했고, 검찰은 언제나 그랬듯 집단으로 저항했다. 수사권 일부(부패ㆍ경제범죄)를 지켜내긴 했지만, 검찰에겐 아마 잔인하기만 했던 4월로 기억될 것이다.

검찰은 그 기간 속수무책이었다. 그저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갑니다”라고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를 상대로 한 최선의 수였을 것이다. ‘나는 수사를 해야 하는 검사였구나’라는 자각, ‘수사권을 잃으면 내 존재도 부정된다’는 억울함에 기반한, 나름의 절박함으로도 이해한다.

며칠 전 만난 한 전직 법무부 간부의 말이 잔상처럼 남는다. 그는 “국민 대부분은 여전히 ‘검찰 너희들 말이 맞아’라고 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나마 검찰 편을 들어준 사람들은 민주당의 연이은 헛발질에, 상식을 뛰어넘는 꼼수와 다수의 횡포에 반감을 가졌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민주당이 조금만 정상적이고 상식적이었다면 검찰의 반발은 ‘밥그릇 빼앗기기 싫은 힘센 이들의 억지’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고 했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다 검찰은 그렇게 대(對)국민 밉상이 된 걸까. 망가질 대로 망가진 부패한 집단이라 그럴까. ‘떡검(떡값 받아먹는 검찰)’이란 말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사실 그런 곳이 검찰뿐이겠는가. 부도덕함을 단순 숫자로 비교한다는 게 마뜩잖지만, 뇌물범 숫자로는 국회가, 경찰이, 청와대가, 국세청이, 검찰보다 훨씬 많다. 스스로를 수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반론도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한들 검찰이 다른 권력기관보다 더 썩었다는 주장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부패(腐敗)가 아니라면 결국 부정(不正)이 아닌가 싶다. 정권의 입맛에 맞춰 수사의 강도와 속도를 조절해왔던 전례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주장하는 이면으로 누군가의 칼잡이가 되고자 했던 몇몇 검찰 지휘부들, 강단을 금지옥엽처럼 여기는 척하면서 정작 부당한 지시에는 눈을 질끈 감았던 일선 검사들. 그런 부정의 기억들이 축적된 결과물 아닌가 싶다.

지난주 검찰 고위간부 인사가 있었다. 예상대로 ‘윤석열 사단’이 승진자와 요직을 싹쓸이했다. 누군가는 “전 정부의 비정상적 인사를 정상화한 것”이라고 했고, 또 다른 이는 “원래 중용됐어야 할 사람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간 것”이라고 평했다. 대통령이 속한 집단 사람들이 즐겨 쓰는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게 그들 얘기인데, 나에겐 그저 논공행상의 잔치판으로만 보였다. ‘황제는 후한 논공행상을 통해, 그동안 고락을 함께해 온 신민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는 이문열 작가의 소설 한 구절처럼 말이다.

그래서인지 물어보고 싶은 게 생겼다. 검사장 승진자 14명 가운데 절반 이상을 소위 ‘특수라인’ 검사들로 채웠던 2019년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에 있었던 인사, 혹시 그때가 비정상의 시작은 아니었을까. 3년의 시간이 지나 ‘윤석열 라인’이라 불리는 특수부 검사들이 다시 전면에 등장하는 것을 보며 "대한민국 검찰조직은 대통령의 사조직인가"라고 의문을 가지는 건 역시나 비정상인 걸까. 궁금하다.

남상욱 사회부 차장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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