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인협회 "자료 제작에 농인 참여해야"
국립장애인도서관 앞에서 개선 요구 시위
한국농아인협회가 정부가 제작한 수어 영상교육 자료의 품질이 낮아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25일 정부에 자료를 반납하는 시위를 진행한 이들은 다음 달 문화체육관광부 앞 대규모 시위도 예고했다.
협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반포동 국립장애인도서관 앞에서 수어 교육 자료에 농인들 의견이 반영돼 있지 않다며 개선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참가자 30여 명은 '농인배제 수어사업 중단하라' '수준미달 수어영상도서 가져가라' '수어를 농인에게 돌려달라'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이들은 협회 창고에 보관하던 교육 자료 150박스를 가져와 도서관에 반납했다.
협회는 수어는 손과 손가락 모양(수형), 손바닥 방향(수향), 손 위치(수위), 손 움직임(수동), 얼굴 표정, 몸의 방향 등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교육 자료에선 이런 부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수년째 영상 자료 제작 과정에 수어 사용 당사자인 농인 의견을 반영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올해도 농인들을 배제한 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교육 자료는 수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제작해야 하는 만큼 농인들의 참여가 필수불가결하다"고 주장했다. 변승일 협회 회장은 "자료에 나오는 수어는 실제 사용되는 수어와 비교해 현저히 수준이 낮다"며 "한 해 15억 원이 넘는 제작 예산이 길바닥에 버려지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지난 18일 협회 관계자와 면담 후 "내년도 사업을 추진할 땐 협회 측 의견 수렴을 거치도록 국립장애인도서관에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한샘이 협회 자문변호사는 "수어 교육 자료뿐만 아니라 농인들을 위한 사업에 당사자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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