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군인권센터 연례보고서
가혹행위 상담도 증가 "병영 내 인권 후퇴"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 이후 신고 늘어나"
지난해 군 내 사망과 성추행 사건 관련 상담 및 지원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타와 같은 물리적 폭력과 각종 가혹행위 관련 상담도 늘어나, 병영 내 인권상황이 후퇴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군인권센터가 발표한 '2021년 군인권센터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센터는 1,708건의 상담을 통해 지원했다. 이 중 자살이나 의문사, 사고사 등 사망사건 지원은 47건(2.7%)으로, 전년도(24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상담을 통한 지원이 늘어난 것은 군 사망사건 증가와 관련이 있다. 지난해 군에선 103건의 사망사건(자살 83건)이 발생해, 전년도 55건(자살 42건)보다 크게 증가했다. 센터 관계자는 "사망 이후 유족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초동대응 상담을 해오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며 "과거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요청 및 문의도 여전히 많다"고 밝혔다.
성추행 사건 지원은 2020년 44건에서 지난해 83건으로 96.2% 증가했다. 강간 등 성폭력 사건 상담은 16건에서 17건으로, 성희롱 사건은 55건에서 62건으로 늘었다. 센터는 "성희롱·성폭력 사건 접수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가벼운 추행보다 다른 범죄가 수반된 강제추행·강간 등 악성 사건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문이나 악폐습 등 가혹행위 관련 지원은 82건에서 85건으로, 구타는 96건에서 106건으로 늘었다. 모욕이나 폭언 등 언어폭력 또한 273건에서 296건으로 증가했다.
센터 부설 성폭력상담소의 전화 상담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상담건수는 2020년 대비 2배가량 늘어난 866건으로 집계됐다.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며 상담한 피해자는 200명으로 여성이 83명, 남성이 117명이었다. 남성 피해자는 주로 강제추행(70명), 성희롱(39명) 등 피해를 본 데 반해, 여성 피해자는 강간(14명) 등 더 심각한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자는 선임·상급자(64%)가 가장 많았으며, 피해자가 여군인 경우 동료나 후임이 가해자인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계급 역전 성폭력 피해자 15명 중 남성은 2명, 여성은 13명으로 조사됐다. 군인에 의한 민간인 성폭력 피해자도 25명에 달했다.
센터는 성폭력 관련 상담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 "실제 성폭력이 늘어났다기보다는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봤다. 센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더 이상 참지 않고 신고해야겠다는 용기를 얻은 것 같다"며 "외부기관에 성폭력 신고를 많이 한다는 것은 군 내부 조사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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