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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 '물'의 화가… 하나에 천착해온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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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 '물'의 화가… 하나에 천착해온 이유는

입력
2022.05.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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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M갤러리 김지원 개인전 '레몬'
이화익갤러리 송필용 개인전 ' 물 위에 새긴 시대의 소리'

김지원의 개인전 '레몬'이 열리는 PKM갤러리 전시장 전경. PKM갤러리 제공

김지원의 개인전 '레몬'이 열리는 PKM갤러리 전시장 전경. PKM갤러리 제공

동물같이 이글이글 살아 숨쉬는 맨드라미, 쏟아지는 물줄기… 이번에도 어김없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오랫동안 맨드라미를 그려 '맨드라미 화가'라는 별칭이 붙은 김지원(61)씨와 '물의 화가'로 불리는 송필용(63)씨 얘기다. 오랫동안 하나에 천착해온 두 중견 화가의 한층 더 깊어진 내공을 살필 수 있는 개인전이 최근 나란히 열려 관심을 끈다.


김지원의 '맨드라미'. PKM갤러리 제공

김지원의 '맨드라미'. PKM갤러리 제공


'맨드라미 화가' 김지원이 그린 '레몬'

가까이서 보면 형태가 없지만 멀어지면 비로소 보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장 김지원씨가 20여 년 그려온 '맨드라미'다. 그는 1990년대 후반 강원도를 여행하다 우연히 방문한 시골 분교에서 맨드라미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맨드라미 화가'의 출발점이다. 그는 줄곧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것들을 잡아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숨은 본질을 찾는 작업을 해왔다. 꽃이면서도 동물 같은 에너지를 가진 맨드라미는 묘했다. 그는 맨드라미에게서 '욕망 한 덩어리, 연정 하나, 독사 한 마리'를 봤다. 이는 붓과 쇠주걱으로 짓이긴 유화 물감, 묽은 안료와 그 찌꺼기, 흩뿌려진 기름 방울로 캔버스 위에 구현된다.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맨드라미' 연작을 포함해 지난 5년여간 작업한 신작 50여 점을 선보이는 개인전 '레몬'이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한창이다.


김지원의 새로운 시리즈 '레몬'. PKM갤러리 제공

김지원의 새로운 시리즈 '레몬'. PKM갤러리 제공

맨드라미만 그렸던 건 아니다. 이번에는 '레몬' 연작을 처음 선보인다. 전시장 본관 내 맨드라미 꽃무덤 사이로 레몬이 부유한다. 레몬의 노란색이 주는 상큼함, 톡 쏘는 과즙이 우리 신경을 건드리듯 오늘날 무기력해진 감각을 터져 오르는 이미지들로 깨워 보자는 의도다.

별관에 걸린 '모든 형태 있는 것은 사라진다' 연작은 레몬의 발랄함과는 상반된다. 작가가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한 생각에서 비롯했다. '풍경화'와 '하염없는 물줄기' 연작 역시 작업실과 집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포착한 것이다. 전시는 26일까지다.


송필용의 개인전 '물 위에 새긴 시대의 소리'가 열리고 있는 이화익갤러리 전시장 전경. 이화익갤러리 제공

송필용의 개인전 '물 위에 새긴 시대의 소리'가 열리고 있는 이화익갤러리 전시장 전경. 이화익갤러리 제공


'물의 화가' 송필용의 폭포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김수영의 시 '폭포'의 한 구절이 화폭으로 옮겨갔다. 송필용씨의 '심연의 폭포' 연작을 통해서다. 유별난 물 사랑으로 '물의 화가'라는 별칭을 얻은 그가 23번째 개인전 '물 위에 새긴 시대의 소리'를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열고 있다. 2019년부터 3년간 그린 '심연의 폭포'와 '역사의 흐름' 연작 20여 점을 내걸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고매한 정신처럼 곧게 떨어지는 폭포는 숭고함을 품고 있다"며 "폭포의 곧은 소리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캔버스 정중앙엔 현실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듯 쉴 새 없이 물줄기가 내리꽂힌다. 화폭 위에 진흙처럼 두껍게 쌓아 올려진 물감은 서사가 쌓인 역사의 지층이다. 작가는 대나무로 직접 만든 나이프로 물감층을 긁어냈다. 특히 자기 표면에 조각칼로 문양을 새기는 분청사기의 '조화기법'을 차용해 서사의 깊이를 표현한다.


송필용 '심연의 폭포'. 이화익갤러리 제공

송필용 '심연의 폭포'. 이화익갤러리 제공


송필용의 '역사의 흐름'. 이화익갤러리 제공

송필용의 '역사의 흐름'. 이화익갤러리 제공

수직의 폭포는 다시 수평의 강줄기로 흐른다. 구불구불한 물줄기에는 역사가 겹쳐진다. "굽이쳐 흐르는 역사의 도도함"을 담은 '역사의 흐름' 연작이다. "이런 그림을 안 그릴 수 없었다"는 게 그의 변이다. 전남대 미술교육과 4학년 재학 당시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었다. 1989년 서울과 광주에서 '땅의 역사'를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연 후 30여 년 줄기차게 역사의 흐름을 화면에 담아왔다. 전시는 31일까지 이어진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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