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원작 버전 다시 한국 관객 앞에
배우들의 섬세해진 감정…앙상블 호흡 여전
디즈니 감성 물씬·화려한 무대 볼거리 선사

이달 10일 개막한 뮤지컬 '아이다'에서 처음 아이다 역을 맡은 배우 김수하가 노래하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조국과 사랑 사이에 선 공주. 우리 설화 속 낙랑을 떠올리게 하는 뮤지컬 '아이다'가 돌아왔다. 한국 관객의 감수성을 건드린 덕분인지, 디즈니 제작 뮤지컬 중에서도 유독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끈 작품이다. 미국에서는 각색판이 공연되는 가운데서도 2000년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버전으로 무려 856회(2005~2020년) 공연해 관객 92만 명(누적)을 모았을 정도다. 디즈니의 작품 새 단장 계획에 따라 2020년 마지막 인사를 고했던 오리지널 버전이, 다시 한 번 한국 관객을 만나게 됐다.(디즈니도 팬데믹 변수를 피하지 못해 사업 계획에 변동이 생겼다.)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가 이집트에 노예로 끌려와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를 만나고, 라다메스의 약혼녀인 암네리스 이집트 공주와도 얽히면서 벌어진 사랑 이야기다. 제국을 건설했던 이집트와 인근 국가 간의 갈등, 그 속의 차별 등도 함께 그려낸다.

뮤지컬 '아이다'의 첫 장면에 비극적 사랑의 주인공인 (왼쪽부터) 라다메스(최재림 분), 암네리스(민경아), 아이다(윤공주)가 함께 등장한다. 신시컴퍼니 제공
이달 10일 개막한 뮤지컬 '아이다'는 섬세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 강인한 여자 주인공의 모습이나 강렬한 사랑의 표현보다는 내면의 갈등과 아픔을 잔잔하게 드러내는 데 집중하겠다는 게 연출을 맡은 트레이시 코리아의 이번 시즌 전략이다.
주인공 아이다 역을 맡은 윤공주는 23일 프레스콜에서 "사랑과 내 나라를 모두 지키려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했는데, (공연을 해보니) 신기하게도 관객들도 그 부분을 느끼더라"고 전했다. 배우 최재림은 "기술적으로 말하면 대사 톤이나 움직임에서 힘을 뺐다"면서 "관객에게 보여주는 연기보다는 배우 스스로 (감정을) 가져가는 연기를 하는 게 (전 시즌과의) 차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저녁 공연에서 최재림과 아이다를 연기한 김수하, 암네리스 공주 역의 아이비는 속삭이듯 노래하거나 독백하는 구간에서 관객의 집중을 성공적으로 끌어냈다.
탄탄한 앙상블의 합은 극을 안정적으로 받쳐줬다. 2020년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앙상블상'을 거머쥔 출연진이 다시 뭉친 덕이다. 특히 이집트 노예로 겪은 설움을 토해내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누비아인의 마음을 표현한 넘버 '댄스 오브 더 로브(Dance of the robe·예복의 춤)'와 '더 갓즈 러브 누비아(The Gods love nubia·신들은 누비아를 사랑해)에서 앙상블의 화음과 힘 있는 안무가 압권이다. 주역으로는 윤공주·전나영(아이다 역), 아이비(암네리스 역) 김우형·최재림(라다메스 역), 박시원·박성환(조세르 역) 등 지난 시즌에 이어 출연하는 배우진 외에 신예 김수하와 민경아가 각각 아이다와 암네리스로 합류해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2020년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앙상블상을 받았던 뮤지컬 '아이다' 배우들이 올해도 무대에서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다. 신시컴퍼니 제공
디즈니 명성을 느끼게 하는 화려한 무대는 그대로다.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디즈니의 또 다른 뮤지컬 명작 '라이온킹'이 연상되는 무대 장치와 의상이 눈을 사로잡는다. 라다메스의 아버지인 조세르가 권력욕을 드러내며 자신의 부하들과 펼치는 '어나더 피라미드(Another pyramid·또 다른 피라미드)' 무대는 화려한 조명과 절도 있는 안무가 깔끔하게 맞아떨어져 극 초반부 관객을 몰입시키기 충분했다. '라이온킹' 성공의 주역인 엘튼 존이 맡은 음악 역시 록부터 가스펠까지 다양한 매력을 보여준다. 공연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8월 7일까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