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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사업 초호황인데…정유공장 줄줄이 문 닫는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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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사업 초호황인데…정유공장 줄줄이 문 닫는다, 왜?

입력
2022.05.25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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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정제시설 순증설 마이너스
노후공장 재투자 대신 문 닫는 게 이익
국내 정유업계 해외 수출로 반사이익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GS칼텍스 제공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GS칼텍스 제공

최근 글로벌 석유산업이 유례없는 초호황을 맞았는데도 정유사업 자체는 빠르게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과 맞물려 수소 등 차세대 에너지로의 전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석유기업들이 40~50년 된 정유공장에 재투자하는 대신 아예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다.

공교롭게도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대란'과 맞물리며 심각한 공급난을 촉발했다. 탈탄소 정책에 외면받던 석유 정제시설이 에너지 안보의 한 축으로 부상하는 아이러니가 빚어지고 있다.

30년 만에 정제시설 폐쇄가 증설 앞질러

24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석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정제시설 순증설 규모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루 85만 배럴의 석유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정제시설이 증설됐는데, 폐쇄된 정제시설 규모는 이보다 배 가까이 많은 160만b/d(하루당 배럴)에 달했기 때문이다.

정제시설은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경유와 같은 석유제품을 만드는 설비다. 현재 세계 각국의 정제공장은 완공된 지 40~50년이 지난 노후공장이 전체의 30%를 웃돈다. 새로운 유전이 잇따라 발견되며 정제시설 증설 붐이 일었던 1960년대 지어진 공장들인데, 당연히 시설 노후화가 심해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

글로벌 정제설비 순증설(증설-폐쇄) 규모. 그래픽=김문중 기자

글로벌 정제설비 순증설(증설-폐쇄) 규모. 그래픽=김문중 기자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과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자 석유기업들도 정제시설 재투자를 꺼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석유산업이 단기 호황을 맞았지만 일찌감치 기존 정유공장을 접고 다른 에너지 산업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달 글로벌 메이저 석유화학 회사인 라이온델바젤은 미국에서 최대규모로 손꼽히는 휴스턴 정제공장(일평균 26만8,000배럴 생산)을 내년 말까지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로 104년 된 이 공장을 유지하려면 수억 달러의 재투자가 필요한데, 투자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일본 최대 석유회사인 에네오스(Eneos)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유공장(와카야마) 한 곳을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정유 대신 친환경 항공유(SAF)나 수소 생산공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톱 수준 국내 정유사 반사이익 기대

정유업계는 앞으로 노후 정제시설 폐쇄 속도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본다. 반면 신규 투자는 더뎌 지금의 공급난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당장 올해 정제설비 순증설 규모는 130만b/d로 추산되는데, 이는 잠재수요(244만b/d)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 22일 서울의 한 주유소. 연합뉴스

지난 22일 서울의 한 주유소. 연합뉴스

이 때문에 세계 톱5 안에 드는 정제시설을 3곳이나 보유한 국내 정유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거란 기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호주에서 정제시설이 잇따라 문을 닫은 여파로 국내 정유사의 호주 수출 물량이 1년 전보다 50% 급증했다"며 "최근 줄어든 국내 수요를 해외 수요로 만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 탄소중립 흐름에도 2050년까지 석유 수요가 견조할 거란 전망이 잇따르면서 석유 정제산업을 에너지 안보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석유제품 수입 의존도가 60%에 달했는데, 최근 주요 정제공장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에너지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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