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일본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전에는 나루히토 일왕을 접견하고 오후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과 만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저녁에는 일본식 정원이 아름답다고 알려진 도쿄의 연회시설 ‘핫포엔(八芳園)’에서 기시다 총리와 만찬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전 10시 도쿄 고쿄에서 나루히토 일왕을 접견하면서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교도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과는 아주 강한 인연이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고 말했으며, 나루히토 일왕은 “이번 방문으로 미일 우호친선 관계가 한층 증진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미일 정상회담을 마친 바이든 대통령은 오후 3시쯤 납치 피해자 가족을 만났다. 요코타 메구미씨의 동생으로 가족 모임 대표인 요코타 다쿠야씨와 어머니 사키에씨 등 8가족 11명이 면담했다. 당초 요코타 다쿠야씨가 대표로 인사할 예정이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가족 개개인에게 인사하고 악수를 나눴다고 NHK 등 일본 언론은 전했다. 사키에씨 등 고령이라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에겐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다가가 무릎을 꿇고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아이를 잃은 경험이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주머니에서 아들의 사진을 꺼내며 “당신의 마음을 안다. 가족을 잃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고 사키에씨는 전했다.
저녁엔 도쿄 미나토구의 핫포엔에서 약 1시간 반 동안 만찬을 했다. 기시다 총리와 부인 유코 여사가 바이든 대통령을 맞이했다. 핫포엔은 에도 막부를 만든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측근인 오쿠보 히코자에몬의 저택으로, 약 4만㎡의 부지에 일본식 정원과 예식장, 연회장, 식당 등이 있다. 과거 중국 쑨원이 체류했을 당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만든 터널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전부터 일본 정부는 미국 대통령이 국빈으로 방문하면 극진하게 대접해 왔다. 하지만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은 국빈 방문이 아니다. 체류 기간도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도착해 바로 숙소로 향한 22일을 제외하면 사실상 이틀밖에 안 된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여러 차례 골프를 쳤던 아베 신조 전 총리처럼 대접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기시다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최대한 ‘환대’를 느낄 수 있도록 하자며 준비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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