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안정세 지속되자 "규제 풀어달라"
규제 완화 내건 새 정부는 고심
"지방 먼저 풀고, 수도권은 유지할 수도"
내달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앞다퉈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 공약을 내걸고 있다. 시장 안정세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 거래가 침체되고, 집값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만큼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시장 정상화를 약속한 윤석열 정부가 규제지역을 일부 해제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하향세가 뚜렷한 지방을 먼저 풀고, 수도권은 집값 자극을 우려해 손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24일 정부와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다음 달 말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를 개최해 규제지역 해제 요구를 살펴볼 방침이다. 주정심은 지난해 1월 개정·시행된 주택법에 따라 반기마다 열린다. 지역별로 주택가격 안정, 여건 변화 등을 고려해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거나 해제를 검토한다.
가장 최근인 작년 말 주정심 때는 시장 불안 요인이 남았다는 판단 아래 조정대상지역 112곳, 투기과열지구 49곳을 그대로 유지했다. 규제지역으로 묶이면 대출 규제를 받고,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도 강화된다.
하지만 올해는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규제지역을 해제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지난 22일 "일부 지역에 무리하게 적용된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은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과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에 심각한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경기도 내 규제지역 전면 재검토와 해제가 정부와 협의를 통해 이뤄질 수 있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아직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충북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도지사 후보나 청주시장 후보 등이 규제지역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부터 집값이 크게 떨어진 지역은 규제지역 해제를 더욱 간절히 바라고 있다. 대구와 세종은 이미 수차례 국토부에 해제를 건의했다. 한국부동산원 월간 통계를 보면 대구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5개월 연속 하락했다. 미분양 공동주택은 올해 3월 기준 6,572가구나 된다. 세종 아파트값도 작년 6월부터 10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국토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쏟아지는 규제지역 해제 요구에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집값 상승폭이 둔화됐다고 하지만 서울 강남과 1기 신도시 위주로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인사청문회 당시 규제지역 해제 관련 질문에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다만 시장이 크게 침체된 일부 지방은 정부가 규제를 풀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대구와 세종처럼 매매, 전세가격이 모두 떨어지고, 미분양이 증가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우선적인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며 "수도권은 집값 변동을 우려해 규제지역을 푸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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