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노동당 대표가 제31대 호주 총리로 23일(현지시간) 공식 취임했다. 이틀 전 실시된 총선 개표가 완료되기도 전에 총리 취임은 이례적이다. 사실상 노동당의 승리가 확정된데다 호주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문제를 다루는 국제 회의를 앞두고 지도력 공백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알바니즈 총리가 이날 데이비드 헐리 총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호주 수도 캔버라 정부청사에서 취임식을 열었다고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SMH)가 보도했다. 알바니즈 총리는 취임 직후 페니 웡 외무장관과 짐 찰머스 재무장관, 케이티 캘러거 금융장관을 잇따라 임명했다. 특히 부총리에 오른 리처드 말스는 고용장관을 겸직하게 됐다. 새 정부가 고용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날 임명되지 않은 장관직은 오는 31일 새 내각 출범까지 모두 채워질 예정이다.
이날 오후 4시 30분 현재 총선 개표율은 71.9%로, 총 151석 중 노동당이 74석으로 과반 의석(76석)에 2석을 남기고 있다. 자유국민연합은 55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무소속은 10석이다. 녹색당 및 기타 정당이 각각 2석을 얻었다. 8석의 향방은 미정이다. 노동당이 아직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알바니즈 총리가 바로 취임한 것은 원내 다수당 대표가 총리에 오르는 관례에 따른 것이다. 또 호주 ABC방송은 ‘정치적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임시 정부를 임명할 수 있다’는 호주 법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의석 과반을 확보해 내각을 꾸릴 수 있는 세력이 노동당 뿐인 만큼 시점을 늦출 필요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또 24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대(對)중국 견제 안보협의체 쿼드(QUAD) 회의도 알바니즈 총리의 조기 취임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쿼드 회의에 호주 대표가 참석해야 하는 만큼 총리를 공석으로 둘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알바니즈 총리는 취임식 후 기자회견을 통해 총선을 거치면서 분열된 호주 민심의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호주인을 자랑스럽게 만들 수 있는 정부를 이끌겠다”며 “총선 결과는 국민을 분할시키지 말고 우리의 공동 이익을 위해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정부를 만들라는 국민의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또 일부 무소속 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했다며 노동당 내각 출범을 공식화했다. 또 “내각은 오는 31일 공식 출범하고 다음 달 1일부터는 반부패위원회 설립 등 중점 의제에 착수한다”고 예고했다.
알바니즈 총리는 웡 외무장관과 함께 이날 쿼드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으로 향했다. 알바니즈 총리는 기자회견서 “미국뿐 아니라 일본 및 인도와의 회담은 매우 중요하다”며 “세계에 호주 새 정부가 출범했다는 소식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웡 외교장관은 출발 전 성명에서 “(취임) 첫 주에 쿼드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이 파트너십이 우리 안보에 얼마나 중요하다고 믿는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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