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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10건 가입하고 극단 선택… 대법 "부정취득 증거 부족, 보험금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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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10건 가입하고 극단 선택… 대법 "부정취득 증거 부족, 보험금 줘야"

입력
2022.05.23 11:40
수정
2022.05.23 13:43
0 0

'가입 2년 내 극단 선택 시 보험금 미지급' 규정
면책 기간 경과한 다음날 가출해 극단적 선택
1심 "계약 무효"… 상급심 "부정 의도 단정 못해"

대법원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법원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국에서 사업을 하던 A씨는 상황이 어려워지자 2015년 귀국했다. 이후 A씨는 같은 해 1월 29일부터 3월 6일까지 14개 생명보험 상품 계약을 시도해 이 가운데 10건을 체결했다.

마지막 보험 계약 체결일로부터 2년 하고 하루가 지난 2017년 3월 7일 A씨는 행방불명됐다. 보험 계약상 가입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면책기간이 2년이었다. A씨는 행방불명된 지 이틀 뒤 숨진 채 발견됐고, 경찰은 극단적 선택으로 결론냈다.

보험회사들은 A씨가 처음부터 보험금을 부당하게 타내려 상품에 가입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그러자 A씨 아내와 자녀들은 2017년 A씨가 가입한 보험회사 3곳을 상대로 총 6억 원의 보험금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들은 A씨의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을까. 대법원은 그렇다고 판단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 유족이 보험사 3곳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초 1심은 보험사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2015년에 안정적 수입이 없었고 주식 투자로 상당한 손실을 봤으며 이미 상당한 보험금을 납부하던 상황인 점 등을 들어 A씨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면책기간이 도과한 직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이 보험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라 무효"라고 판단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보험사들이 유족에게 총 4억2,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A씨의 보험 가입 의도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A씨가 △70여 건에 달하는 여행자보험에 가입할 만큼 사고에 대비하려는 안전 추구 성향이 강하고 △보험 계약 체결 뒤 의류상표를 출원하는 등 극단적 선택을 결심한 사람이라고 볼 만한 행동을 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대법원도 "A씨가 보험금 부정 취득을 노렸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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