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이번에도 아인슈타인이 옳았다

입력
2022.05.23 19:00
25면
0 0
황정아
황정아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편집자주

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이 공개한 우리 은하 중심 궁수자리 A 블랙홀의 모습(왼쪽)과 2019년 최초 공개된 M87 블랙홀의 모습(오른쪽). ⓒ사건지평선망원경 연구팀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이 공개한 우리 은하 중심 궁수자리 A 블랙홀의 모습(왼쪽)과 2019년 최초 공개된 M87 블랙홀의 모습(오른쪽). ⓒ사건지평선망원경 연구팀

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블랙홀의 이미지가 12일에 공개됐다. 지상에 존재하는 세계의 주요 전파망원경들을 연결해서 지구 크기와 맞먹는 거대 망원경과 같은 효율로 우주를 관측하는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의 성과이다. 이번에 관측한 블랙홀은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궁수자리A' 블랙홀이다.

블랙홀은 그 중심에 질량이 극도로 압축되어 아주 작은 공간에 매우 강한 중력이 존재한다. 중력이 너무 강해서 주변의 빛조차 흡수해 버리기 때문에 '검은 구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따라서 블랙홀을 직접 보는 것은 지금까지는 불가능했다. 강력한 중력은 주변의 시간과 공간도 휘게 만들고, 휘어진 공간을 따라서 빛도 휘어지면서 진행한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다. 우리는 멀리 떨어진 지구에서 망원경에 눈을 대고, 휘어져 들어오는 빛들이 투영판에 겹겹이 쌓여서 만든 이미지를 관측하고 있다.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것은 블랙홀의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경계지역인 '사건의 지평선'이다. 과학자들은 블랙홀로 물질이 빨려 들어갈 때 방출된 에너지의 일부가, 블랙홀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사건의 지평선을 만들어 낸다고 보고 있다.

이번 발표는 2019년 4월 지구에서 약 5,500만 광년 떨어진 M87 은하의 초대질량 블랙홀의 이미지를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공개한 이후 3년 만이다. M87 은하의 블랙홀이 최초 공개 되었을 때 사람들은 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속해 있는 태양계, 그 태양계를 품고 있는 우리 은하가 아니라 멀리 있는 M87 은하(혹은 처녀자리A 은하)의 블랙홀을 공개했는지 궁금했다.

이유는 M87 블랙홀이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워낙 밝고 거대한 타원 은하라 지구에서도 쉽게 관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EHT 연구팀은 궁수자리A 블랙홀을 뛰어다니는 작은 강아지에, M87 블랙홀을 가만히 앉아 있는 대형 리트리버에 비유한다.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은 작고 빨리 움직이고 있어서 흐릿한 막을 통해 움직이는 작은 강아지를 관측한 것과 비슷해서 난이도 측면에서 훨씬 어려운 관측이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을 포함해 세계 80개 기관에서 3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이번에 공개한 궁수자리A 블랙홀의 이미지는 2019년 최초로 공개된 M87 블랙홀과 매우 비슷해 보인다. 두 천체는 질량, 속한 은하의 특성과 활동성까지 모두 서로 완전히 다른데도 불구하고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만 설명이 가능하다.

사실 두 블랙홀의 모양이 똑같아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그러나 두 블랙홀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되는 블랙홀의 모습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으로 이번 관측에서 입증됐다. 아인슈타인은 중력과 시공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내놓으며, 충분히 밀집된 질량이 만들어내는 강한 중력이 있으면 시공을 뒤틀어 빛도 빠져나갈 수 없는 블랙홀을 만들 것이라 예언했다. 이번에도 역시 아인슈타인은 옳았다.

역사적으로 과학의 진보는 이론이 예측한 바를 관측이 입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관측이 예상과 다를 때는 이론을 수정할 필요성이 생긴다. 사회에서 의사결정의 과정이 그렇듯이, 과학에서도 이론과 관측의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서 진리에 접근해 간다. 오늘날 우리가 진리라고 믿고 있는 모든 과학적 사실들도 새로운 관측이나 발견 이후에 달라질 수도 있다. 과학적 사고의 기본은 이러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열린 태도라고 본다.

황정아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