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공예주간' 특별기획전 '촉각의 순간들'
문화역서울284 RTO서 29일까지
전국 곳곳서 1,397개 다양한 프로그램 열려
"작품에 가까이 대고, 만지고, 느끼고, 쓰다듬어 보세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2022 공예주간'을 맞아 문화역서울284(옛 서울역사) RTO에서 열리는 특별기획전시 '촉각의 순간들'을 관람하는 특별한 방법이다.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란 경고문이 익숙한 관람객들에게는 낯선 풍경이 이곳에서 내내 펼쳐진다.
강재영 '2022 공예주간' 예술감독(맹그로브아트웍스 대표)과 시각장애인 미술 교육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우리들의 눈' 엄정순 아트디렉터가 기획한 '촉각의 순간들'은 눈이 아닌 손으로 '보는' 전시다. 전시작을 꿰는 말 역시 '촉각'이다. 전시장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사랑 담은 선물 한 상'은 시각장애인의 손끝 기억에 공예적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 앞이 안 보이는데 예술품을 감상하고, 직접 만드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
시각장애 학생 16명이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고 있는 공예 전시 '사물을 대하는 태도'를 먼저 감상했다. 전시의 일부인 2개 방을 '보는' 데만 1시간 30분이 걸렸다고 한다. 공예품 하나하나 어루만지고, 질문을 쏟아냈다. 이때 직접 만지며 감상한 기억을 갖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려주고 싶은 밥상'을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한 결과물이 이 한 상이다. 이들의 아이디어를 담은 작업지시서대로 3D프린터가 구현했다. '냠냠' 'ㅋㅋㅋ'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거나 하트 모양의 식기 등이 놓인 푸짐한 한상차림이다.
강재영 감독은 "상상만 했던 것을 3D 프린터라는 신기술을 통해 실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했다"며 "특히 일상적으로 사물을 인식하면서 직접 만질 수 있는 분야가 공예라는 점에서 시각장애인에겐 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비장애인에게도 이번 전시는 눈을 감고 촉각을 중심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본다'는 것은 어쩌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일 뿐이라는 깨달음이 덤으로 온다.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대구광명학교 학생들의 특별한 졸업앨범은 절로 관람객의 관심을 끈다. '볼 수 없던' 친구들 얼굴을 3D 프린터로 입체로 만들어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서로를 기억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경북대 크리에이티브팩토리가 2019년부터 광명학교와 함께 만든 3개 연도 3D 졸업앨범이 전시장에 나왔는데, 최신 앨범에는 얼굴 아래 버튼을 누르면 목소리도 나오게 만들었다.
경복궁 역사 여행을 위한 촉각 유물장(트렁크)과 이미지를 만지며 배우는 촉각책도 선보인다. 시각장애를 가진 대학생 20명의 검수하에 목공·도자 등 공예가가 만든 촉각 유물장은 경복궁에 직접 가지 않고도 왕의 길(답도)과 내실, 근정전 처마 등을 손끝으로 느껴볼 수 있게 만든 이동형 교구다. 근정전 기단 아래 계단을 실제 화강암 질감으로 처리하거나 일월오봉도를 부조로 만들었다.
전시는 공예주간이 이어지는 29일까지 계속된다. 공예주간 동안 전국 648개 공방과 화랑, 문화예술기관이 참여한 공예 전시와 체험·판매·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 1,397개가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자세한 내용과 참여 방법은 공식 누리집(www.kcdf.kr/craftweek)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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