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타자' 앨버트 푸홀스(42)에 이어 '레전드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40ㆍ이상 세인트루이스)까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불혹의 타자들이 잇달아 투수 데뷔전을 치르면서 팬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명예의 전당 헌액을 예약한 레전드다.
세인트루이스는 2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와의 경기에서 18-4로 대승을 거뒀다. 세인트루이스는 이날 승리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2위(22승18패) 및 와일드카드 순위 3위를 유지했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세인트루이스가 18-0으로 앞서면서 사실상 승리를 확정한 9회말에 나왔다. 올리버 마몰 세인트루이스 감독이 몰리나를 마운드에 올린 것. 2004년 데뷔해 19시즌째 투수에게 사인을 내기만 했던 베테랑 포수 몰리나는 생애 처음 마운드에 올라 포수 사인을 받았다.
그러나 등판하자마자 풀카운트 접전 끝에 첫 타자 쓰쓰고 요시토모에게 홈런을 맞더니 이후에도 2루타와 안타를 맞으며 무사 2ㆍ3루 위기에 몰렸다. 후속 타자를 2루수 직선타와 2루 땅볼로 한숨을 돌렸지만 이 과정에서 1실점을 더했다. 계속된 2사 2루에서도 잭 스윈스키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한 뒤에야 남은 아웃카운트 1개를 잡고 험난했던 투수 데뷔전을 마무리했다. 성적은 1이닝 4피안타(2피홈런) 4실점.
세인트루이스는 지난 16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도 15-2로 앞선 9회 레전드 홈런타자인 푸홀스를 마운드에 올려 화제가 됐다. 푸홀스 역시 생애 처음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동안 27개의 공을 던지면서 3피안타(2피홈런) 1볼넷 4실점했다. 일각에서는 ‘상대팀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분위기는 대체로 훈훈하다.
MLB닷컴은 “평균자책점 36.0의 두 선수 중 누가 더 좋은 투수인지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고 전했다. 푸홀스는 23일 경기 후 “난 적어도 아웃카운트를 잡고 홈런을 맞았다”면서 선두타자에세 홈런을 내준 몰리나를 압박했다. 이에 몰리나는 “비가와서 손이 미끄러웠다. 스플리터를 던질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라고 받아쳤다. 푸홀스는 이날 몰리나의 웜업 투구 때 불펜 포수로 들어가 공을 받아주는 등 끈끈한 동료애를 발휘했다.
한편 푸홀스는 23일 경기에서 대타로 출전해 솔로홈런과 3점홈런을 터뜨리며 통산 683홈런을 기록, 역대 홈런 4위 알렉스 로드리게스(696홈런)와의 격차를 13개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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