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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태 약학회장 “약사가 연구 기피하는 게 한국 바이오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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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태 약학회장 “약사가 연구 기피하는 게 한국 바이오 비극"

입력
2022.05.22 16: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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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서 약 파는 약사들 연구소로 이끌어야"
인재들 대부분 개업 약사의 길 택하는 건 문제
제약사 진출하는 약사들의 낮은 처우가 원인
"장기투자 필요... 길게 보고 사과나무 심어야"

홍진태 충북대 약학과 교수가 20일 충북 청주 오송에 소재한 자신의 연구실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바이오산업 발전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홍 교수는 현재 대한약학회 회장, 국가신약개발재단 이사장 직을 맡아 국내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 뛰고 있다.

홍진태 충북대 약학과 교수가 20일 충북 청주 오송에 소재한 자신의 연구실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바이오산업 발전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홍 교수는 현재 대한약학회 회장, 국가신약개발재단 이사장 직을 맡아 국내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 뛰고 있다.

“약사들이 바이오계에서 ‘공공의 적’ 소릴 들어도 사실 할 말이 없어요. 큰 비효율이 하나 있는데, 이걸 고치지 않고선 국내 바이오산업의 미래는 없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대학 입시에서 약학 계열 인기는 최상위권이다. 의대 치대 한의대 수의대와 함께 아예 '의치한약수'라는 범주로 별도 구분돼, 가장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전공으로 꼽힌다. 저성장 탓에 전문직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고령화에 따른 약학 수요 증가 덕분에, 평생 취업이 보장되는 약대에는 해를 거듭할수록 인재들이 몰린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약학 분야의 미래는 앞으로도 과거처럼 탄탄대로를 걸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홍진태(60) 대한약학회장은 앞서 말한 그 큰 '비효율' 때문에 바이오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털어놓았다.

홍 회장은 20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약대 졸업생 대부분이 병원 약국이나 개업 약사의 길을 선택하는 게 문제”라며 “이들을 신약 개발 연구소로 유인하지 못한다면 바이오산업 강국도 먼 나라 이야기”라고 단언했다. 2020년 약학회장에 취임한 그는 지난해 12월부턴 국가신약개발재단 이사장직을 맡아 바이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약학계의 최전방에서 뛰고 있다.

약학회와 국가신약개발재단을 동시에 이끌며, 그는 바이오산업에 대한 보통 국민들의 낮은 인식 수준을 절감했다고 한다. "최근 발명의 날(5월 19일)에 맞춰 특허청이 내놓은 ‘한국의 미래를 바꿀 발명 기술 분야’에 대한 설문 결과를 한번 보세요. 바이오는 6위에 그쳤어요. 세계 시장 규모로 보면 자동차, 반도체 합친 것보다 큰 게 바이오산업인데도 말이에요.”

약사들이 제약사 대신 약국으로만 가는 원인을 따져보면, 그 현상을 약사들 탓으로만 돌리기도 어렵다. 홍 회장은 “제약사 등 산업계로 진출하는 약사·의사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가 그 원인”이라며 "약국으로 가면 기본 500만 원은 받는데, 제약사 연구소로 가면 그 절반을 받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국민 인식 수준이 낮은 또 다른 이유는 산업의 불확실성이다. 홍 회장은 “가열됐다가 식기를 반복한 바이오 열풍 때문에 거품 이미지가 형성됐다”며 “그만큼 신약 개발이 어렵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신약 개발 하나에는 평균 10년 이상의 기간과 2조 원의 비용이 들어 일개 기업이 감당하기 어렵다. 신약 개발을 국내 내수 시장만 보고 뛰어들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바이오산업은 반도체나 자동차와 같이 국가가 나서 전략 산업으로 키워나가야 한다는 게 홍 회장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국내 바이오산업을 반도체나 자동차와 같은 세계 초일류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국가신약개발재단을 이끄는 홍 회장은 윤석열 정부을 향해 "정권 초반부터 바이오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해야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선은 먼 곳에 두면서도 발밑의 페달엔 힘을 힘껏 넣는 액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홍 회장은 장기 투자가 다른 어떤 산업보다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바이오산업은 단시간에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5년 임기 동안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지원하는 시늉만 했던 적이 많아요. 앞으론 임기 안에 성과를 거둘 수 없는 '사과나무'를 심는다는 생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청주=글·사진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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