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대표 "호주인의 정부 만들겠다"
대중 '강경 일변도' 호주, 정책 변화 주목
호주에서 9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상원의원 40명과 하원의원 151명을 선출하는 총선에서 중도좌파 성향 노동당이 스콧 모리슨(54) 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성향의 자유국민연합을 꺾고 다수당을 확정하며 집권을 기정사실화했다.
22일(현지시간) 호주 ABC뉴스 등에 따르면 호주 총선에서 개표가 71% 이상 이뤄진 가운데, 노동당이 하원 72석을 확보해 자유국민연합(52석)을 누르고 다수당을 차지하게 됐다. 경합 지역(12석)을 자유국민연합이 모두 가져간다 해도 노동당이 제1당에 오르는 것은 확정된 상태다.
이에 따라 8년 9개월 만에 호주 집권 여당 간판이 바뀌게 됐다. 앤서니 알바니즈(59) 노동당 대표는 승리가 사실상 확정된 이날 자정 “호주 국민들은 변화에 투표했다. 31대 총리로 재임할 기회를 갖게 돼 영광”이라며 “국민에 걸맞은 정부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탈리아계인 알바니즈 대표는 호주 최초의 비(非) 앵글로-켈틱계 총리가 된다.
모리슨 총리 역시 총선 개표 진행이 한창이던 전날 오후 11시 TV 연설에서 “알바니즈 대표와 통화하면서 선거 승리를 축하해줬다”고 밝혔다. 자신이 이끌어온 자유국민연합 대표직 사임 의사도 내비쳤다. 사실상의 총선 패배 선언이다.
남은 관심사는 노동당의 단독 정부 구성 여부다. 하원 151석 중 과반(76석) 이상을 차지한 정당이 집권한다. 4석을 더 확보해 과반 의석을 차지한다면 2007년 이후 15년 만에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추가 의석 확보에 실패한다면, 현재 14석을 차지한 녹색당이나 무소속 의원 등과 연정을 꾸릴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호주의 기후 정책에는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됐다. 호주는 선진국 가운데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나라로 꼽힌다. 지난 몇 년간 초대형 산불과 최악의 홍수도 잇따르면서 기후 변화는 총선을 가를 중요한 이슈로 꼽혀왔다. 노동당은 선거 기간 내내 적극적인 기후 대응을 내세웠다. 자유국민연합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26~28% 절감하겠다고 주장한 반면, 노동당은 43% 감축을 약속했다. 2050년에는 ‘온실가스 방출 제로’라는 파격적인 공약도 내놨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호주의 ‘기후 선거’가 마침내 도래했다”며 “이번 선거 결과로 호주의 기후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전했다.
중국에 강경 일변도 정책을 취해온 외교 정책 기조가 변할지도 주목된다. 양국 외교 관계는 2020년 모리슨 총리가 중국을 코로나19 발원지로 꼽고 조사를 촉구하면서 악화일로를 걸었다. 당시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에 나서면서 무역 전쟁으로까지 치닫기도 했다. 최근엔 중국이 남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정을 맺으면서 경제 분쟁을 넘어 군사적 긴장으로까지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거 기간 알바니즈 대표가 모리슨 내각 외교 기조를 두고 “초강대국(중국)과의 전쟁 가능성을 높인다”고 비판해온 점을 근거로 보다 완화된 대중 정책을 펼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만 정권 교체에도 호주 정부의 반(反)중국 노선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더 우세하다. 그가 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의 대(對)중국 견제 협의체 ‘쿼드’나 미국ㆍ영국ㆍ호주 안보 동맹 ‘오커스’를 강력히 지지해온데다, “국가 안보 지속은 호주 국익에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피력했기 때문이다. 알바니즈 대표는 23일 총리 취임 선서 하루 뒤 일본에서 열릴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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