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20여일 앞두고 6개월 유예 결정
윤석열 정부 일회용품 규제 2번째 미뤄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가맹점주들과 정치권의 반발에 떠밀려 6개월 유예된다. 2년 전 법 개정 때부터 도입이 예고됐던 제도가 시행 20여 일을 앞두고 갑작스레 미뤄진 것이다.
환경부는 20일 가맹점주들과의 간담회를 열고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 대해 논의한 결과 제도 시행을 12월 1일까지 6개월 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연회까지 마쳤는데... 가맹점주들 집단 반발에 물러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일회용 컵에 보증금 300원을 부과하고 컵을 반납하면 이를 돌려주는 제도다. 2020년 6월 자원재활용법이 개정되면서 내달 10일 도입되는 것으로 결정됐으며, 지난 3월 관련 고시 및 공고 제·개정안이 통과됐다. 지난 5일에는 한정애 전 환경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공개 시연회를 열기도 했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가맹점주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제동이 걸렸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담 관리기구인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의 홈페이지 질의응답 게시판에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민원글이 1,000여 개씩 올라왔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을 위한 준비를 보류하자는 움직임도 일었다.
왜 반발하나... 돈 들고, 일 늘고, 냄새나고
가장 문제는 비용이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적용 대상 컵에는 바코드 스티커가 붙는데, 가맹점주들은 스티커 구입비로 11~17원을 부담해야 한다. 음료값과 함께 결제되는 보증금 300원에 대한 카드 결제 수수료 0.75~1.5원도 가맹점주 몫이다. 가맹점주들은 이 비용을 정부나 가맹 본사가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으로 늘어나는 업무도 가맹점주들에겐 골칫거리다. 보증금은 동전으로 돌려받거나 계좌로 이체받을 수 있다. 동전으로 줄 경우에 대비해 100원짜리 동전을 쌓아 놓아야 하는 데다, 계좌이체 땐 자원순환보증금 애플리케이션에 있는 바코드를 찍어야 해 여러모로 번거롭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매장에 비치된 태블릿PC 등을 이용해 혼자 보증금을 환급받아 갈 수도 있지만, 스마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일일이 안내해야 한다.
이물질이 묻어 있는 반환 컵 보관도 불만사항 중 하나다. 여름철 우유나 유제품이 묻은 컵을 하루 이상 보관할 경우 악취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까지 거들어... "이러다 쓰레기 대란 온다"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자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도 거들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입장문을 내고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소상공인과 영세 프랜차이즈 대표들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환경부에 제도 시행 유예를 요구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각종 쓰레기가 넘쳐나는 데다 새 정부 들어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는 제도가 벌써 2번째 미뤄지자 곳곳에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일 시행될 예정이었던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금지 제도에 대해서도 정치권 요구에 떠밀려 과태료 부과를 무기한 연장했다.
박정음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강화하고 있고, 일회용품 사용 제한 품목을 늘리고 있는데 이번 정부는 반대로 움직인다"며 "폐기물에 대한 규제를 계속 미루면 2018년의 쓰레기 대란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일회용 컵을 사용해 음료를 판매하는 전국 가맹본부 및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사용되는 컵은 연간 28억 개에 달한다. 국민 1인당 매년 56개씩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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