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유죄받은 피고인 "2심 빼고 3심 받겠다"
2심 건너뛴 '비약상고' 검찰 항소로 효력 잃어
대법 "항소 효력까지 인정 않는 건 재판권 침해"
피고인이 1심 선고 뒤 곧바로 대법원 판단을 구하는 '비약적 상고'도 2심 재판을 받을 수 있는 항소와 같은 효력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50년 만에 판례를 변경한 판단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9일 강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에 위치추적장치 부착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해 2월 길을 걷다가 술에 취한 여성을 넘어뜨린 뒤 현금과 신용카드 등이 들어있는 가방을 빼앗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0년 9월 주점에서 만난 여성을 폭행하고 주점 영업을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할 것을 명령했다. A씨는 이후 항소장이 아닌 비약적 상고장을 제출했다. 형사소송법 372조에는 1심 재판부가 법령을 잘못 적용했거나 판결 이후 형의 폐지·변경 또는 사면이 있을 때 2심을 건너뛰고 대법원 판단을 곧바로 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그러자 A씨의 비약적 상고는 무효가 됐다. 형사소송법 373조는 비약적 상고가 제기된 상황에서 재판 상대방이 항소장을 제출하면, 비약적 상고는 무효가 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A씨는 이에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형량이 무겁다는 주장을 담은 항소이유서를 제출했지만, 법원은 검토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1971년 상대방의 항소로 무효가 된 비약적 상고에 대해 1심 판결에 불복하는 취지의 항소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이후 법원은 이 판례에 따라 비약적 상고에 항소 효력이 없다고 판단해왔다. 결국 A씨 사건을 맡은 2심 재판부는 검찰의 항소만 심리한 뒤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검찰 항소로 무효가 된 비약적 상고에도 항소와 같은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며 기존 판례를 바꿨다. 형사소송법 373조에서 비약적 상고가 '상소(항소와 상고를 모두 이르는 말)로서의 효력'까지 상실한다고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다. 대법관(대법원장 포함) 13명 중 10명은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에게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의사인 불복 의사에 절차상 아무런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 청구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밝혔다.
반대 의견도 일부 있었다. 안철상·노태악 대법관은 비약적 상고를 항소로 인정하는 해석은 항소와 상고를 구분하는 형사절차의 기본 구조를 일탈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이번 판단이 명확성과 안정성이 요구되는 문언해석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봤다. 민유숙 대법관은 비약적 상고와 항소에서의 피고인 의사를 구분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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