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일부 대기업의 높은 성과급에 대해 보도하면서 그 배경에 젊은 세대의 ‘능력주의’가 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끈다. 신문은 일부 기업에만 한정된 급격한 급여 인상이 한국 사회의 경제 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일 니혼게이자이는 “SK하이닉스의 젊은 기술자가 보낸 이메일 한 통이 임금 인상으로 이어졌다”며 “한국 대기업 사이에 ‘임금 인상 도미노’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를 “연공서열 임금 체계에 대한 젊은 직원들의 불만이 확산되면서 사측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능력주의가 더 침투하는 한편, 신흥 기업의 채용난이나 격차 확대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IT 대기업에 '공정한 보수' 요구하는 젊은 층 목소리 내"
화제가 된 이메일은 지난해 1월 말 SK하이닉스 반도체 설계부문에 입사한 4년차 남성 기술자가 성과급에 불만을 제기하며 경영진을 포함한 전 직원 2만8,000명에게 보낸 것이다. 당시 익명게시판 ‘블라인드’를 통해 젊은 직원 사이에 공감대가 확산되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수 반납 의사를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도 의사소통이 미흡했다며 사과하고 성과급 산정 방식을 수정했다. 이 결과 올해 1월에는 기본급 10개월분을 전 사원에게 지급했다.
신문은 “삼성전자나 네이버 등 고수익 기업을 중심으로 ‘공정한 보수’를 요구하는 젊은 층이 목소리를 내면서 실적에 연동하는 상여금 지급 관행이 타사에도 파급됐다”고 전했다. 이어 “젊은 사원들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어학 실력도 좋아 ‘스펙 경쟁’을 뚫고 대기업에 들어갔다는 자부심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일의 성과가 아니라 연공서열로 보수가 결정되는 것은 불공정하다”(28세의 재벌기업 사원)는 생각도 강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들 기업의 임금 인상에 노조의 영향은 작아졌다고 평했다. 신문은 “전통적으로 노조가 강한 자동차와 중후장대 산업은 반도체, 인터넷, 게임 등 하이테크 산업에 비해 수익이 떨어져 임금 인상의 물결을 놓치고 있다”면서 “SK하이닉스 등의 성과급 증액은 젊은 직원들의 불만에 경영진이 응답한 모습으로, 노조가 역할을 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부 기업에만 급격한 임금인상하면 경제 격차 확대돼"
이전까지 니혼게이자이는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대기업이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하는 관행에 대해 “인재 경쟁이 심한 분야이기 때문”이라면서 아직도 연공서열 문화가 강한 일본 기업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논조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기사에선 이면도 짚었다.
신문은 “삼성과 SK 등 거대 재벌기업이 우수 인재를 모두 가져가면 스타트업은 인력난을 겪어 경제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일부 기업만의 급격한 임금인상은 경제 격차 확대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적인 물가 상승으로 가계부담이 커지는 지금, 임금 인상의 파급이 대기업에만 그친다면 한국 사회의 격차 확대와 갈등을 더욱 조장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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