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25개, 자원봉사 1만1,000시간…“하루를 25시간으로 산다”
건웅도시개발과 건웅종합건설 김건 회장은 하루를 25시간으로 쓰는 사람이다. 시행 전문에 시공까지 하는 건설회사의 경영자니 하루 24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바쁜 사업가이다. 현장소장을 비롯해 품질 및 안전관리, 공사감리 등 20년간 전국의 내로라하는 공사현장을 누볐다. 한데, 자원봉사 인정시간이 4월 말 현재 무려 1만1,000시간이다. 따져보니 현실적으로 근무시간을 감안해 하루 2시간씩 잡으면 5,500일이고, 이를 햇수로 계산하면 장장 15년이다. 거기다 주말과 장거리 출장 일자를 빼면 얼추잡아도 20년이 넘을 테다.
보유한 자격증을 물었더니 25개란다. 건설사업을 하고 있고, 부동산 전공으로 행정학 석사를 땄으니 당연히 관련 자격증이 많다. 토목 및 품질 특급기술자, 토목감리사, 건축초급기술자, 시설물 안전진단 책임기술자에 국제공인 부동산 자산관리사(CPM)이다. 여기까지는 듣는 이마다 고객을 주억거릴 수 있다. 이어지는 자격증 내용과 숫자는 고개를 가로젓게 한다. 스포츠마사지 1급, 테이핑 건강체력관리사 3급, 아마추어 무선기사, 수렵1종 면허, 해기사 선박면허, 재난안전관리사, 응급처치원, 탐정사 자격증까지 갖췄다.
특이한 자격증도 줄줄이 나온다. 레크레이션 1급, 웃음치료사 1급, 수지침 서금요법사, 산악인명구조강사 자격증도 있다. 학교와 학생 관련 자격증도 땄다. 학교폭력예방 지도사와 역사논술 지도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도대체 김 회장은 별 상관도 없는 거까지 이 많은 자격증을 왜 땄을까. 더구나 하나같이 쉬 취득할 수 없는 자격증이니 공부와 실습에도 많은 시간을 들였을 게 뻔하다. 바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건설사 대표로서 사업은 언제 돌보고, 잠은 제대로 잤을까.
뭐하러 그 바쁜 시간을 쪼개 자격증을 땄느냐의 질문에 김 회장은 계면쩍어하며 ‘봉사하기 위해’라고 답했다. 봉사도 실력과 지식이 있어야 제대로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거다. 일신의 영달을 위해 공부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는 사람이 지천인 세상에 말이다.
김 회장은 해병대 제대 후부터 시작해 25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행사 봉사는 기본이고 미술치료 봉사, 산악과 수상 구조, 방범순찰, 문화재보호, 교통정리 및 야간순찰 등에 몸과 마음을 보태고 있다. 들어보니 비로소 자격증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회장에게 수많은 봉사 중 가장 보람찬 활동이 뭐냐고 물으니 망설임 없이 미술치료봉사를 꼽았다. 허를 찔린 느낌이었다. 김 회장은 해병대 출신에 경기공수도연맹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대한권격도협회 회장을 맡은 무술 고단자라 척 봐도 전형적인 무인의 풍모이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거나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는 할머니·할아버지는 아이들처럼 순수하고 밝으세요.”
김 회장은 10년 가까이 소외된 노인들을 찾아가 희망과 사랑의 미술치료 봉사를 하고 있다. 전문적인 봉사를 해보고자 전문강사에게 교육을 받고 2007년에는 아예 ‘용인미술치료봉사단’을 꾸려 회장을 맡아 미술치료 봉사를 전문적으로 해오고 있다.
“미술지도 전에 간단하게 손 운동을 하고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노래도 부릅니다. 보통 70~80대 어르신들이라 노래와 춤으로 흥을 돋우어 말동무도 해드려야 미술치료를 받아들이시거든요. 레크레이션과 웃음치료사 1급도 그래서 탄 거고요”
김 회장의 얘기를 들으며 이래저래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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