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법무법인 래안에 위법성 판단 의뢰
국내 놀이공원은 하루 전 취소도 환불가능
'소지품 검사 불응시 입장불가' 조항도 문제
'이용권을 구입한 후 1주일이 지나면 전액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규정한 강원 춘천시 레고랜드 테마파크의 약관 조항이 약관법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는 법률 전문가의 판단이 나왔다.
19일 한국일보가 법무법인 래안에 레고랜드 약관의 소비자 권리 침해 여부 분석을 의뢰한 결과, 몇몇 조항은 이용객에게 과도한 의무를 일방적으로 부과해 법 위반 소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법무법인은 레고랜드의 환불 규정(제9조 제4항)을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레고랜드는 이 약관에 따라 "입장권을 구입한 후 7일 이내에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고 공지하고 있다. 예컨대 소비자가 1개월 후에 입장하는 입장권을 예매했더라도, 예매 후 1주일만 지나면 입장일이 얼마나 남아 있든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조항을 따져 본 정광일(46) 법무법인 래안 대표 변호사는 "예약 취소 시점부터 이용 예정일(입장일)까지 남아 있는 기간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이용권 대금 전액을 위약금으로 부과하는 것은 약관법 제8조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약관법 제8조는 고객에게 과중한 지연 손해금을 부담하는 약관이 있을 경우, 이 약관을 무효로 봐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변호사는 "이용 예정일까지 긴 기간이 남아 있는 경우 예약을 취소하더라도 해당 상품이 다시 판매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레고랜드가 받는 손해가 사실상 거의 없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른 테마파크 약관과 비교해도 레고랜드 약관의 불공정성이 두드러진다는 게 법무법인 측의 설명이다. 정 변호사는 "다른 놀이공원은 보통 입장일 하루 전까지 자유로운 예약 취소와 전액 환불을 허용하고 있다"며 "이런 점에서도 레고랜드 약관은 소비자에게 과도한 제한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 위반 소지 조항은 이것만이 아니다. 입장 전에 보안요원이 이용객 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고, 이용객이 이를 거부하면 입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제2조 4항)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조항은 사생활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법무법인 래안은 문제의 약관 조항들에 대해 "사업자가 해당 약관을 자진 수정하지 않는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권고 및 명령을 할 수도 있다"며 "레고랜드 측이 지금이라도 자진 수정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레고랜드는 이밖에도 음식물과 조리기구를 일절 반입할 수 없다는 약관 조항(제9조)을 유지해 물의를 빚었다. 다른 테마파크들은 2003년 공정위 판단 이후 외부음식 반입을 금지하는 약관을 고친 상태다.
이에 레고랜드 관계자는 "환불 규정은 해외 레고랜드와 같은 기준을 적용한 것인데, 해외법과 국내법 차이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당장은 어려울 수 있으나 여러 의견을 살펴 개정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소지품 검사의 경우 어린이들이 드나드는 곳이란 특성 때문에 위험한 물건 반입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최근엔 검색대를 거친 뒤 이상 신호가 감지된 경우에만 진행하는 등 간소화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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