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2030년까지 전기차에 21조 원 투자·PBV 공장 설립..."글로벌 전기차 허브 구축"

기아, 국내 최초 PBV 전용공장 설립 계획
첫 모델은 전용 PBV...프로젝트명 'SW'
장영진 산업부 1차관, "투자 뒷받침하겠다"

사진은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이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총 21조 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올해 연간 35만 대로 점쳐진 국내 전기차 생산량도 2030년엔 144만 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는 2030년 기준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에 45%에 달한다. 기아는 또 국내에 '목적 기반 차량(PBV)' 생산공장 신설 계획도 내비쳤다. 국내에 생산과 연구개발(R&D), 인프라, 연관 산업 등이 긴밀하게 연결된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 글로벌 전기차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에서다.

현대차그룹, 2030년 글로벌 시장점유율 12% 목표

현대차그룹은 18일 이런 내용의 전기차 중장기 전략을 공개했다. 이 전략엔 2030년에 연간 총 323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 글로벌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지난해의 두 배인 12%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치도 포함됐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30년까지 투자될 21조 원은 전기차 생산능력 확충과 전용 전기차 라인업 다양화, 인프라 조성 등에 활용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차량 생산 시스템을 개발하는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의 디지털 제조 시스템 등을 국내 공장에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2025년 도입하는 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M’을 비롯한 차급별 다양한 플랫폼들을 개발해 나가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충전소 등 국내 인프라 확장에도 적극 투자한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3월 전기차 초고속 충전 브랜드인 ‘이피트(E-pit)’를 출범시켰고, 최근에는 롯데그룹, KB자산운용 등과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의 설립 방침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규모 국내 투자와 연구개발로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물결에 민첩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기아의 첫 목적 기반 차량(PBV)인 니로 플러스. 기아 제공

기아, 2025년에 전용 PBV 모델 출시..."글로벌 1위 브랜드 목표"

기아는 이날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 국내 최초의 PBV 전기차 전용공장 설립 계획도 소개했다. 전기차 기반 PBV는 자율주행 기술과 결합하면 로보택시와 무인화물 운송, 움직이는 비즈니스 공간 등 미래의 이동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아는 해당 시장 선점을 위해 내년 상반기에 착공, 2025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나설 방침이다.

기아가 2025년부터 출시할 모델은 전용 PBV(프로젝트명 SW)에서 잉태될 예정이다. 지난달 선보인 첫 PBV인 ‘니로 플러스’처럼 기존에 출시된 차량을 개조한 '파생 PBV'가 아니라 처음부터 PBV로 개발한 신차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중형급 모델인 SW는 성인 키 높이의 넓은 실내공간에 짐을 싣는 적재량도 커 배달 서비스, 카카오택시 같은 차량호출 사업 등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는 SW 이후 생활용품 배송에 최적화된 무인자율주행 소형 PBV는 물론 신선식품 배송, 이동식 오피스 등으로 활용이 가능한 대형 PBV까지 라인업을 늘릴 계획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PBV 전기차 전용공장은 글로벌 PBV 시장 1위 브랜드에 도전하는 기아의 중·장기 전략의 큰 축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이날 기아 오토랜드 화성을 방문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투자 계획을 듣고 “불확실성이 큰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현대차·기아가 국내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정부는 다양한 투자지원과 규제혁신을 통해 민간 투자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