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재개 조건인 내수 식용유값 안정화 불발
중앙정부, 보조금 지급·시장개입 연이어 실패
식용유 가격 대란을 유발한 인도네시아 정부가 팜유 수출금지 조치를 풀지 못하고 있다. 당초 이달 15일이면 자국 내 식용유 가격을 안정화시킨 뒤 수출이 재개될 것이라 공언했으나 추가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현재의 혼란상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글로벌 팜유 파동은 더욱 장기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18일 인도네시아 무역부와 안타라통신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지난 13일 식용유 가격은 1리터당 1만7,300루피아를 기록했다. 지난달 최고 2만6,000루피아를 상회하던 당시보다 진정됐지만, 정부가 수출금지 해제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1만4,000루피아 선까지는 아직 미치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은 전날 서자바주 보고르 지방 시비농 시장을 순시하는 등 직접 가격 잡기에 나섰으며, 무역부 또한 "이달 안에는 상황을 정리할 수 있다"고 여론 진화에 안간힘이다.
인도네시아의 식용유 가격 안정화 실패는 정부의 역량 부족 탓이 크다. 정부는 팜유 수출을 금지하면서 자국의 식용유 생산ㆍ공급업체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인도네시아 식용유 생산ㆍ공급업체의 내수시장 평균 수익률인 17.4%를 현금으로 지급해 줄 테니 보유 물량을 빠르게 현지 시장에 풀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정부는 촉박한 일정과 무관하게, 기존과 같은 복잡한 서류 신청과 현장 검사ㆍ지출 및 구매 목록 제출을 진행하도록 명령했다. 당연히 보조금 지급은 지연됐고, 다수의 업자들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다.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 개입도 준비 부족으로 지지부진하다. 인도네시아 식품조달청은 이달 초 대용량 식용유를 확보해 서민들에게 분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조달청은 최근까지도 "실수를 피하고 비용 부담 방식을 명확히 하기 위한 행정 틀을 만드는 중"이라며 움직이지 않고 있다. 무역부 역시 비축 식용유를 시장에 싸게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지방으로의 물류 이동선을 확보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사전 검토나 준비 없이 수출금지 조치부터 발표한 졸속 행정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문제는 현 상황이 언제 해소될지 계속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아스미아티 말릭 바크리 대학 교수는 "이제야 정부는 인도네시아 팜유 산업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민간기업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며 "수출금지 장기화는 조코위 정부를 벼랑 끝으로 몰 수 있어 조치를 해제하긴 하겠지만, 지금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그 시점을 예상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조코위 대통령은 현지 여론조사기관 '인디카토르 폴리티크'가 이달 초 실시한 조사에서 58.1%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12월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식용유 가격 상승으로 민심 이반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농민들의 불만 역시 상당하다. 전국 146개 지역 팜 농가 대표들은 전날 수도 자카르타에 집결해 "수출금지령을 당장 철회하라"고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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