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미성년 성범죄 피해자 영상 진술 위헌
2차 피해 우려 나오자... 법원, 연구반 조직
증인 신문에서 활용 가능한 실무자료 제작
영상·전문심리위원 등 보조수단 소개될 듯
법원행정처가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녹화진술을 재판에 쓸 수 없도록 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응하기 위해 실무 참고자료를 일선 법원에 배포하기로 했다. 미성년 성범죄 피해자의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할 때 2차 피해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17일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실 등에 따르면, 법원행정처 산하 성범죄사건 심리 개선 연구반은 진술조력인과 전문심리위원 제도 등을 활용한 미성년 성범죄 피해 사건 재판 실무 참고자료를 내달 중 전국 법원에 배포할 예정이다. 연구반은 지난해 헌재의 성폭력처벌법 제30조 6항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나온 뒤 올해 2월 조직됐으며, 법관 11명과 증인지원관 1명이 참여하고 있다. 3월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해 2주에 한 번 회의를 통해 재판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배포하는 자료에는 법관이 형사소환과 증인채택, 주·반대 신문 등 미성년 성범죄 피해 재판 때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참고할 방안들이 여럿 담겼다.
영상 증인신문 제도도 주요 방안으로 포함됐다. 법원 내 화상증언실을 활용하거나 해바라기센터와 연계해 피고인과 분리된 상태에서 영상을 통해 증인신문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해바라기센터 연계 영상 재판은 법원행정처가 지난달 여성가족부와 협의해 새로 도입한 방식으로 현재 8개소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이르면 5월 중 전체 해바라기센터 39개소로 확대된다.
이밖에 소아정신과 전문의나 아동심리분석가 등이 피해자 심리상태와 진술 신빙성을 평가하는 전문심리위원 제도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기존에 산재돼 있던 자료들을 취합·정리했다"며 "미성년자는 성인과 심리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증인신문 시 주의해야 할 사항을 소개했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배포될 자료가 미성년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증인신문 경험이 적은 법관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헌재의 위헌 결정 이전에도 영상녹화물 증거제도가 피고인 방어권을 침해하고 공판중심주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그렇지만 법원 단계에서 피해자가 느낄 수 있는 압박감과 진술왜곡 가능성 때문에 재판 소환을 하는 것을 두고 판사들도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청소년 성범죄 피해자 상담센터인 탁틴내일의 김희진 팀장은 "판사와 검사가 나름대로 신경을 썼는데도, 최근 증인신문을 받은 고교생 성범죄 피해자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한 사례가 있다"며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실무 참고자료 제공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자료를 만든 연구반은 향후 미성년 성범죄 피해자 증인신문 관련 입법안도 살펴볼 계획이다. 법무부 등이 내놓은 증인신문 절차 관련 개정안이 '2차 피해 방지'라는 입법 취지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판사 출신인 전주혜 의원은 "미성년 대상 성범죄는 아동 진술 특수성이 충분히 고려된 재판이 요구된다"며 "입법안과 관련해 관계기관과 소통하며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