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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재 1만톤 이상 배출한 쿠팡, 벌칙금은 고작 kg당 525원 냈다

입력
2022.05.19 04:30
수정
2022.05.19 08:4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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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의 나라, 고장난 EPR]
<2>벌칙금조차 너무 적다
재활용부과금 상위 50개 기업
재활용 의무 이행하지 않아서
폐기물 kg당 평균 625원 납부
재활용 의무 미이행 기업 증가

서울 시내의 한 주차장에 쿠팡 배송트럭이 줄지어 주차돼 있다. 쿠팡과 같은 유통·배송업체는 막대한 포장쓰레기를 만들어내지만, 자사브랜드 상품에만 재활용책임 비용을 부과받는다.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주차장에 쿠팡 배송트럭이 줄지어 주차돼 있다. 쿠팡과 같은 유통·배송업체는 막대한 포장쓰레기를 만들어내지만, 자사브랜드 상품에만 재활용책임 비용을 부과받는다. 뉴스1

지난해 12월, 한정애 당시 환경부 장관과 기업, 소비자단체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행사의 이름은 '녹색소비-환경·사회·지배구조(ESG) 얼라이언스 출범식'. 친환경 제품 생산 및 소비를 위해 민관이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의 협약이다.

이날 참여 기업 중에는 유통업체인 쿠팡 주식회사가 있다. 쿠팡은 협약 내용에 대한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 쇼핑 편의를 위해 (앱에) 친환경 제품 전용 카테고리를 만들고 자사브랜드(PB) 상품에 대한 환경표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대외적인 ESG 선언이 무색하게도 쿠팡은 지난해 재활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기업 중 가장 많은 '벌칙금'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일보는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환경부로부터 '2021년 재활용부과금 상위 50개 기업' 목록을 입수했다.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에 따른 재활용 의무(재활용분담금 납부)를 이행하지 않아 일종의 벌칙금을 낸 기업들이다.

이 부과금은 환경부의 환경개선특별회계에 납입돼 재활용 사업,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 및 관련 연구에 쓰인다. 그러나 재활용분담금에 이어 이 벌칙금조차 '포장재 ㎏당 600원'가량으로 너무 적어서 기업들에 경각심을 주지 못한다.

2021년 재활용 부과금 상위 10개 기업. 그래픽=김문중 기자

2021년 재활용 부과금 상위 10개 기업. 그래픽=김문중 기자


유통업체 쿠팡, 포장재 생산 1만톤 이상?

지난해 쿠팡은 52억 원이 넘는 부과금을 냈다. 2020년 재활용의무량 9,909톤에 대한 재활용분담금을 납부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폐기물 ㎏당으로 따지면 부과금(벌칙금)은 약 525원이다. 재활용의무량은 전체 포장재 배출량의 약 75%가량이기 때문에 쿠팡이 실제 생산한 포장재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은 전자상거래 유통에 주로 관여하기 때문에 생산자재활용 책임이 없지만 최근 PB상품 생산·판매가 늘면서 재활용부과금 대상이 됐다. 2017년 PB사업을 시작한 쿠팡은 관련 매출이 늘면서 2020년에는 씨피엘비라는 PB상품 판매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에 따라 2019년 2,926만 원에 불과했던 재활용부과금도 2020년 15억 원, 2021년 52억 원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쿠팡의 PB상품인 탐사수. 홈페이지 캡처

쿠팡의 PB상품인 탐사수. 홈페이지 캡처

쿠팡은 생수와 세정제, 방역마스크 등 생활용품부터 음료수, 반려동물 사료까지 다양한 상품을 '탐사'라는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여느 생활용품이 그렇듯 플라스틱이나 비닐 포장이 사용되지 않은 경우가 드물다. 자체 상품 판매가 늘어나면서 쿠팡의 PB생수인 ‘탐사수’를 담는 투명 페트병 배출량은 2020년 한 해만 5,900톤이 넘었다.

재활용부과금에 대한 부담이 늘면서 지난해 쿠팡은 환경부의 기업 재활용 업무 위탁기관인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에 가입했다. 벌금 대신 EPR 분담금으로 재활용 의무를 지겠다는 행보다.

하지만 유통업체는 EPR 면제 대상이라서 기존의 포장·배송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에 대해서는 여전히 제도적 책임이 없다.

플라스틱 용기 판매...배달의민족 첫 부과금

재활용부과금을 두 번째로 많이 낸 기업은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다. 우아한형제들은 2020년도 재활용의무량 1,145톤에 대한 분담금을 내지 않아 9억3,239만 원의 부과금을 냈다. 폐기물 ㎏당 부과금은 814원이다.

배달의민족 역시 자체 상품을 제작·판매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재활용 책임이 없다. EPR 제도의 맹점으로 지적돼온 부분이다. 배달 플라스틱 용기를 직접 사용하는 음식점과 소규모 용기생산자 대부분은 한 해 매출액이 10억 원이 넘지 않아 EPR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여기에 배달서비스의 판을 키운 배달플랫폼도 유통업체라는 이유로 규제를 비켜 가면서 배달용기는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최근 우아한형제들이 낸 재활용부과금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진 것은 아니다. 배달의민족이 2017년부터 직접 운영하는 배달소모품 쇼핑몰 ‘배민상회’의 판매량이 늘면서 부과금을 내게 됐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소모품 쇼핑몰 배민상회에서는 플라스틱 용기, 컵, 수저 등 다양한 일회용품을 판매한다. 홈페이지 캡처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소모품 쇼핑몰 배민상회에서는 플라스틱 용기, 컵, 수저 등 다양한 일회용품을 판매한다. 홈페이지 캡처

배민상회에서는 배달에 필요한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봉투, 플라스틱 컵·수저 등을 판매한다. 제품 종류는 다양하지만 모두 한 번의 식사 이후 버려지는 일회용품인 것은 마찬가지다. 배민은 가맹점주들에게 쿠폰을 발행하며 제품 구매를 독려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부과금을 냈고, 이때 그동안 발생한 재활용의무량에 대한 의무이행을 마쳤다”며 “현재는 (EPR 분담금 이행을 위해) 재활용공제조합에 가입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의 한 배민라이더스 센터 앞에 배달용 스쿠터들이 세워져 있다. 지난해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매출액은 2조 원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배민라이더스 센터 앞에 배달용 스쿠터들이 세워져 있다. 지난해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매출액은 2조 원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특수로 밀키트 업체 부과금 3위

세 번째로 부과금을 많이 낸 기업은 밀키트 업체인 마이셰프다. 재활용의무량 365톤에 대한 분담금을 내지 않아 2억1,484만 원의 재활용부과금을 냈다. 폐기물 ㎏당 부과금은 589원이다.

밀키트는 코로나19로 외식이 줄어들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마이셰프는 프레시지, 테이스티나인 등과 함께 최근 급격히 성장한 밀키트 스타트업 3사 중 하나로 꼽히는 업체이다. 마이셰프의 2020년 매출은 246억 원으로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매출액(110억 원)에 비해 2배 넘게 성장했다.

그러나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를 각각 개별포장하면서 한 제품에 최소 5개 이상의 비닐 폐기물을 발생시키고 있다. 마이셰프가 판매하는 밀푀유나베 밀키트의 경우 고기, 면, 버섯 등 식재료와 소스가 9개의 비닐에 개별 포장돼 있다. 겉포장을 합하면 총 11개의 플라스틱이 사용된 것이다. 종류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1, 2인분의 요리를 통해 쌓이는 플라스틱이 상당하다.

마이셰프에서 판매하는 밀푀유나베 밀키트에는 9가지 재료가 각각 비닐로 개별 포장돼 있다. 홈페이지 캡처

마이셰프에서 판매하는 밀푀유나베 밀키트에는 9가지 재료가 각각 비닐로 개별 포장돼 있다. 홈페이지 캡처

재활용부과금 상위 4, 5위는 자동차타이어 판매업체인 피렐리코리아와 주물부자재기업 대호산업이다. 이들은 EPR 대상 제품 중 타이어 등에 대한 재활용 의무를 지지 않아 부과금을 내게 됐다. EPR 대상 품목은 크게 제품과 포장재로 나뉘는데 이 업체들은 전자에 해당한다. 쿠팡 등 부과금 1~3위 업체들은 후자에 대한 의무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벌칙금'인데 고작 ㎏당 600원?

재활용부과금 상위 50개 기업이 폐기물 ㎏당 낸 부과금은 평균 625원이다. EPR 분담금에 비하면 높지만 '벌칙금'이라 보기에는 미미하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분담금 대신 부과금을 내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재활용분담금을 내려면 플라스틱 출고량 세부내역 등을 사전 공개해야 하는 데다, 포장폐기물 생산량이 많지 않으면 부과금도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재활용 부과금 산정 기준이 되는 재활용기준비용이 19년 전 EPR 제도 시행 당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재활용기준비용은 재활용품의 수집·운반·가공 등의 과정에서 드는 비용의 기준점인데 2003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재산정되지 않았다.

EPR 분담금 대신 재활용부과금을 내는 기업의 수가 증가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1,418개였던 부과 기업이 2020년에는 2,240개, 지난해에는 2,473개로 늘어났다. 2020년도 재활용의무량 미이행에 따른 2021년도 재활용부과금 총액은 327억 원이었다. 2020년 재활용의무 이행 기업들이 EPR 분담금으로 낸 금액은 2,607억 원이니, 분담금의 약 12%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된 것이다.

정부도 문제를 알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1월 열린 정부업무평가위원회를 통해 발표한 ‘생활폐기물 처리실태 분석 및 개선방안’에서 재활용기준비용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재활용부과금과 분담금 모두 기업의 매출액 대비 낮은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플라스틱의 나라, 고장난 EPR

<1>플라스틱 쏟아내도 푼돈만 부과

<2>벌칙금조차 너무 적다

<3>부족한 비용은 세금으로

<4>누더기 산정 방식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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