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의료기관의 절반가량은 아직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발생 정보를 관계기관에 팩스로 신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병원 측의 관행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 정부가 만든 보고시스템 자체의 불편함도 원인으로 꼽힌다.
17일 요미우리신문은 전국 43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코로나19 5차 대유행이 최고조였던 지난해 8월 16~22일과, 6차 대유행의 정점을 지난 후인 2월 28일~3월 6일 기간 보건소가 병원으로부터 받은 확진자 신고 방식을 조사한 결과를 보도했다. 결과에 따르면 올해 2월 말~3월 초 지자체가 보고받은 감염자 총수(약 11만2,000명)의 49%에 달하는 약 5만5,000명분이 팩스나 직접 제출로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지난해 8월(53%)보다 조금 줄어든 것이지만 아직도 절반 가까이 종이로 보고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즈오카시(96%)와 하마마쓰시(94%), 고베시(85%) 등의 대부분 병원에선 여전히 확진자 현황을 종이로 보고하고 있었다.
일본 정부는 2020년 5월부터 확진자 보고용 전산 시스템인 ‘HER-SYS(하시스)’를 개통했다. 보건소 직원들은 종이로 신고를 받으면 이를 하시스 시스템에 다시 입력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감염 상황이 심각했을 때 보건소에선 감염자 대응을 해야 할 직원들이 밤늦게 전산 입력에 쫓기는 일도 벌어졌다. 오사카시에서는 1월 하순 보건소가 확진자에게 연락하기까지 1주일이 걸리자 입력 업무를 외부에 위탁했는데, 비용이 3억4,000만 엔(약 33억4,600만 원)에 달했다.
일본 병원의 디지털화가 이렇게 느린 이유는 우선 일본 의료계가 아직도 전산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최근 후생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전국 일반 병원의 약 60%가 2020년 10월 시점에 전자의료기록시스템(전자 차트)을 도입했다. 병원 10곳 중 4곳이 아직도 환자 기록을 수기로 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400병상 이상의 대형 병원에서는 전자 차트 도입률이 90%에 달하는 반면, 200병상 미만 중소 병원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요미우리는 병원이 확진자 신고 시 팩스를 선호하는 이유로 하시스 시스템의 불편함도 지적했다. 하시스는 올해까지 약 58억 엔을 들여 개량을 거듭했다. 하지만 아직도 △스마트폰으로 입력할 수 없다 △입력 항목이 40가지나 된다 △접속이 몰리면 입력이 안 된다 △의료기관 자체 차트와 연동되지 않는다 △2단계 인증이 필요하다 등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차라리 손으로 써서 보건소에 팩스로 보내는 편이 빠르다. 반면 후쿠오카시는 지자체가 의사들이 입력하기 쉬운 자체 시스템을 개발하고 하시스에 연동한 결과, 보건소가 대신 입력하는 비율이 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정부가 편리한 시스템을 만들었다면 더 많은 의료기관이 전산 입력에 협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일본에서 디지털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주무 부처로 지난해 9월 야심차게 출범한 ‘디지털청’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리즈 기사를 통해 디지털청이 부처 이기주의 사이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젊은 직원들은 퇴사했거나 퇴사를 바라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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