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싼 재계와 노동계의 신경전이 본격화됐다. 재계는 산재 감소 효과가 없다는 점을 부각하며 시행령 개정 등을 요구하고 나섰고, 노동계는 시행된 지 겨우 100일 지난 법을 개악하려 시도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경총, 정부에 시행령 개정 건의서 제출
1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에 중대재해처벌법 6개 항목의 시행령 개정에 대한 건의서를 제출했다. △직업성 질병자 기준에 구체적인 '중증도' 기준을 명시하고 △중대산업재해 사망자 범위를 급성중독 질병자로 한정하고 △경영책임자의 대상과 범위를 구체화하는 관련 조문 신설 등이다. 경총은 "불명확한 규정으로 현장의 혼란이 심화되고 경영활동까지 위축되고 있다"며 "법률 개정은 일정 부분 시일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당장의 현장 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시행령 개정을 우선 건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이날 오후 국민의힘 노동위원장인 박대수 의원이 주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1월 27일 법 시행 후 4월 29일까지 총 57건(65명)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는데, 법 시행 대상인 50인 이상 제조업은 작년 같은 분기 19명에서 31명으로 사망자가 오히려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축사를 통해 "법 시행 후인 올 1분기에 건설사고 사망자가 55명이 발생해 작년 1분기 사망자 수인 49명보다 오히려 더 늘어나는 등 중대재해법이 과연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노동계 "중대재해법 개악 시도 즉각 중단하라"
노동계는 이런 비판에 대해 "경영계가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며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경총이 낸 건의서는 헌법상에 보장된 국민의 생명권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주장"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과 다름없이 사망사고는 대부분 기업들의 방만한 안전보건경영으로 발생하고 있고 경영책임자와 법인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해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 공포 이후 시행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으나 기업들이 예방보다 처벌을 회피하는 데만 급급하는 바람에 기대만큼의 효과가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이날 별도의 자료를 통해 법 시행 후 사망사고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음을 해명하기도 했다. 법 적용 대상인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18명으로 전년 동기 26명보다 30.8%(8명) 줄었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건설현장과 1억 원 미만 건설현장에서는 사망사고 감소세가 확연하나 1억~50억 원 현장에서는 사망사고가 감소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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