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성희롱 피해를 겪은 A씨는 회사 대표의 성희롱에 '불편하다'는 반응을 드러냈다가 퇴사를 종용받았다. A씨가 겉옷을 입고 있을 때 대표가 갑자기 가슴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자 놀란 A씨가 소리를 질렀다는 게 이유였다. 대표는 다음 날 A씨를 불러 '업무가 미숙하다'며 퇴사를 요구했다. A씨는 부당해고를 이유로 회사에 이의 신청한 뒤 다투고 있다.
7월이면 직장 내 괴롭힘법 시행 3년이 되지만, 성희롱 피해자들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해자 10명 중 4명은 신고 후 2차 피해를 겪고 있어 피해자 구제 방안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최근 발표한 '2021 평등상담사례집'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3,388건의 여성상담 사례를 분석한 결과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이 차지하는 비율이 29.6%(1,003건)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6.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특히 가해자 중 상사가 49.8%에 달해 직장 상사에 의한 성희롱 피해가 극심했다. 사장(16.7%), 동료(11.4%), 법인대표(7.7%)가 뒤를 이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피해자 상당수가 성희롱 피해 뒤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성희롱 피해를 신고하거나 거부한 뒤 불리한 처우를 경험했는지 물었더니, 피해자의 46.4%가 퇴사나 해고 압력 등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사내에서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는 분위기 탓에 가해자보다 피해자를 문책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고충 신고 시 제대로 처리되지 않거나 피해자를 다른 부서로 전보 조치하거나 부당해고하는 등 2차 가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르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자 처벌이 가능하지만, 현장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피해자들이 고용노동부에 신고해도 입증책임이 피해자에게 있어 사측을 상대로 이의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2차 가해자가 형사 입건돼도 기소의견 송치되는 비율이 0.02%에 불과하다"며 "19일부터 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적 처우에 대한 시정 신청이 가능해지는 만큼, 사건처리가 빨라지고 제재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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