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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도그마 빠지지 않으려면

입력
2022.05.17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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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지평 넓혔다 좁히는 유연성 필요
'동맹은 일방적이지 않다'는 원칙 확인

박진(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5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진(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5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국 외교 당국을 가장 골치 아프게 하는 세 나라를 꼽으라면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이 빠지지 않는다.

중국 견제를 위해 쿼드(Quad)에 들어가 미국과 ‘쿵짝’을 맞추던 인도는 러시아 문제에선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엔 결의안 기권, 러시아산 원유 수입 강행 등이 대표적이다.

중동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인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러시아 관련 입장도 모호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이끄는 사우디는 미국의 러시아 압박용 원유 증산 요구를 모른 체하고 있다. 2018년 암살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을 문제 삼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는 협조하지 않겠다는 뒤끝이기도 하지만, 동맹이라고 무조건 손을 들어주지는 않겠다는 고집도 담겨 있다. 이스라엘 역시 미국과 척을 지지는 않지만 러시아 비판에는 소극적이다. 시리아와 이란 문제 등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미국과 가까울 때는 간도, 쓸개도 빼줄 듯하다가도 자신들의 국익에 반하는 상황이 올 때는 냉정하게 외면할 줄도 안다는 것이다. 물론 세 나라는 각각 처한 상황이 다르다. 지정학적 위치나 국가전략 차원에서 한국과도 차이가 있다. 우크라이나의 아픔을 다독이는 대신 러시아의 잘못은 외면하고 제 이익만 챙기려는 세 나라의 국가 이기주의도 한국이 따라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동맹을 맹신하는 도그마에 빠지지 않고 언제든 외교의 지평을 넓혔다 좁혔다 하는 유연함은 우리도 견지해야 할 원칙 아닐까.

박진 외교부 장관은 12일 취임사에서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의 핵심을 제대로 짚었다. “외교의 최우선 원칙은 국익입니다. 국익은 정치를 넘어선 것이며, 초당적인 것입니다.” 역대 정부의 다양한 외교정책도 국익과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었던 만큼 윤 정부도 이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동맹은 일방적이지 않다. ‘순망치한’의 교훈을 놓쳐버린 동맹관계는 미래로 갈 수 없다. 동맹관계의 상대적 약자인 한국의 무조건적 양보는 건강한 한미동맹의 토대를 흔들 수 있다.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한국 방문,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상식이 지켜지고 윤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 다짐이 실질적인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본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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