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공기업인 광주환경공단이 '이용섭 딜레마'에 빠졌다. 사실상 재선에 실패한 이용섭 광주시장이 3개월째 공석 중인 광주환경공단 이사장에 대한 임명권을 민선 8기 광주시장에게 넘기겠다면서 후보자 재추천을 요구해서다. 광주환경공단으로선 임명권자인 이 시장의 결정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관련 규정상 지체 없이 이사장 선임 절차를 다시 밟도록 돼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광주환경공단 등에 따르면 이 시장은 지난 6일 광주환경공단 임원추천위원회에 이사장 후보자에 대한 재추천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 시장이 앞서 3일 간부회의에서 "광주환경공단 이사장은 민선 8기에서 임명하는 것이 광주 발전과 통합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민선 7기에서 선임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 시장의 이사장 후보 재추천 요구는 두 번째다. 이 시장은 2월 말 이사장 후보(2명)를 추천받고 "적격자가 없다"며 재추천을 요구했다. 이 시장은 이번에도 전직 광주시 고위 공무원(2급) 2명을 이사장 후보로 추천받았지만 임명을 거부하고 다시 후보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추천 사유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 시장은 공문에서 "지방공기업법 시행령(제56조의 4 제4항)에 의해 재추천을 요구한다"고만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시행령은 임원 후보가 지방공기업법 제60조에 따른 임원 결격 사유에 해당하거나 공사의 경영에 현저하게 부적당하다고 인정된 때에 시장이 후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런데 이 시장은 재추천을 요구한 이유가 두 가지 중 무엇인지를 명시하지 않았다. 이 시장이 후보자 재추천 이유에 대해 입으로는 광주 발전과 통합을 운운하면서, 정작 서류엔 두루뭉술하게 적고 넘어간 것이다. 공단 안팎에선 이를 두고 "이 시장이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비판이 나온다.
관건은 광주환경공단이 이 시장 의도대로 차기 광주시장 취임 때까지 이사장 선임 절차를 미룰 수 있느냐다. 광주환경공단 임원추천위원회운영규정엔 임명권자인 광주시장이 이사장 후보에 대한 재추천을 요구하면 임원추천위원회는 '지체 없이' 이사장 후보를 재추천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광주환경공단은 이 시장의 이사장 후보 재추천을 받은 지 10일이 지났지만 이사장 선임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광주환경공단 측은 "이런 경험(이 시장의 이사장 임명권 포기)을 안 해봐서"라며 무척 곤혹스러워했다. 광주환경공단은 임원추천위원장에게 공문을 보내 저간의 사정을 알렸지만 이사장 후보 재추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임원추천위원회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광주환경공단이 떠날 시장과 새로 취임할 시장 모두의 눈치를 보면서, 지방공기업법 시행령과 내부 규정까지 어기고 후보 재추천 절차를 뭉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주환경공단 관계자는 "이 시장이 이사장 임명권을 차기 시장에게 넘긴다고 공표한 상황에서 후보 재추천 절차를 진행한다는 게 난감하다"며 "임원추천위원장도 이렇게 하기도 저렇게 하기도 어려워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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