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모호성·과잉 징계 우려 해소" 요구
정부도 올해 안에 시행령 개정 움직임
경영계가 시행 100일을 넘긴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는 가운데 새 정부 역시 시행령 정비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모호한 규정 구체화와 처벌 수위 경감 등 그간의 경영계 요구가 어느 정도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15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경영계 의견서를 16일 고용노동부와 법무부 등 6개 관계부처에 제출할 것”이라며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이 심도 있는 논의 없이 성급히 제정돼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시급히 보완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 개정 필요성 담아 6개 부처에 전달
경총에 따르면, 의견서엔 직업성 질병자의 기준에 중증도가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가장 먼저 담았다. 중대재해법 취지에 맞지 않는 경미한 질병도 중대산업재해로 간주될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해 구체적인 중증도 기준을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경우’로 설정하는 등 새로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이사 면책 요구를 골자로 한 ‘경영책임자의 대상과 범위 구체화’ 조문 신설도 요구했다. 경영책임자에 적합한 자가 선임돼 있으면 대표이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이행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해 달란 얘기다. 또 중대산업재해 관련 경영책임자 의무를 명확히 하고, 불명확한 의무 범위로 현장 혼란 및 감독기관의 자의적 법 집행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정부에 요구할 예정이다.
경총 관계자는 “법률상 위임 근거가 부족해 시행령 개정만으로는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보완 입법이 반드시 추진돼야 하며, 산업계의 애로를 종합 수렴한 법률 개정 건의서도 정부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 "기업 10곳 중 3곳 아직도 내용 이해 못 해"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이날 회원사 설문을 근거로 법령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대한상의가 중대재해법 시행 100일을 맞아 5인 이상 기업 93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대응이 어렵다는 기업이 69.7%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보완이 시급한 규정(복수 응답)으로 ‘고의·중과실 없는 중대재해 면책 규정 신설’(71.3%)을 가장 많이 꼽은 데 이어 ‘근로자 법적 준수 의무 부과’(44.5%), ’안전보건 확보 의무 구체화’(37.1%), ‘원청 책임 범위 등 규정 명확화’(34.9%) 순으로 응답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법이 불명확해 기업이 무엇을,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게 여전히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업계에선 상대적으로 노동계 친화적이었던 이전 정부와 달리, 새 정부에선 중대재해법과 관련한 경영계 요구가 어느 정도 반영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실제 최근 온라인에 유출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를 보면, 고용노동부는 올해 하반기 중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와 관련한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100일이 갓 지난 데다, 적용 대상 1호가 된 삼표산업의 경우 특별감사 결과 103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적발되는 등 그간 기업들의 부주의가 속속 드러나면서, 법 시행 취지를 크게 뒤집어선 안 된단 지적도 만만찮다. 경영계 관계자는 “정부가 경영계 요구를 들어 본 다음 법 개정 방향을 검토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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