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원 악장, 재택근무 보고 문제로 단원 질책
피해 단원 "악장 발언에 모욕감·수치심 느껴"
내부 고충심의위 "괴롭힘 인정돼" 중징계 요구
악장 "서운함 밝힌 수준… 업무 외 폭언 없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기관인 국립국악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돼 내부 징계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당시 임신부였던 피해자는 상사인 가해자에게 모욕적 발언을 들었고 이 때문에 조산을 했다고 주장했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필요한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서운함을 표시했을 뿐 업무 범위를 벗어난 폭언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1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립국악원 국악연주단 단원 A씨는 올해 2월 말 악장 B씨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내부 담당 기관에 신고했다. 국악원 국악연주단은 분야별로 4개 예술단이 있으며, A씨와 B씨는 같은 예술단 소속이다. 해당 예술단은 예술감독-악장-총무-평단원으로 위계가 나뉘는데, B씨가 맡은 악장은 예술단을 총괄하는 예술감독 다음 가는 자리로 평단원인 A씨보다 서열이 높다.
국악원은 외부 공인노무사에게 사건 조사를 의뢰했고, 송부받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고충심의위원회를 열어 B씨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고충심의위는 B씨 발언 일부가 업무와 무관하거나 개인적인 감정 표현에 해당하며 이는 임신부인 A씨에게 심리적 압박이 됐다고 판단했다.
국악원은 고충심의위에서 중징계 의결을 요구함에 따라 조만간 인사위원회를 열어 B씨의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국악원 관계자는 "고충심의위 결과에 따라 후속 단계인 인사위를 여는 한편, 직장 내 괴롭힘 재발 방지 및 인식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A씨 측이 주장하는 사건 경위는 이렇다. A씨 소속 예술단의 총무는 지난해 예술감독과 A씨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A씨의 재택근무를 제안했다. 다른 예술단에선 임산부가 이미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예술감독이 그 자리에서 재가하면서 A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재택근무를 했다.
재택근무를 마친 A씨가 출산휴가를 신청하려고 B씨를 찾아가자, 그는 악장인 자신에게 재택근무를 사전에 보고하지 않았다며 다른 단원들이 함께 있던 사무실에서 A씨를 질책했다. 국악원 조사에선 B씨가 A씨에게 "이번 일로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다" "그 정도 기본 개념은 있는 줄 알았다" "재택근무 시켜줬더니 외부 공연에선 임신 안 한 것처럼 한복으로 배를 가리고 공연했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밝혀졌다. A씨는 그날 저녁 복통과 함께 하혈을 했고 응급 수술로 예정일보다 한 달가량 일찍 출산했다. 아기는 일주일 정도 인큐베이터 치료를 받았다.
A씨는 B씨 발언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조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악장이 단원과 감독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하는 자리이긴 하지만, 내가 먼저 재택근무를 신청한 것도 아니고 예술감독 허락을 받은 사안"이라며 "단원들 앞에서 수치심과 모멸감, 억울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반면 B씨는 A씨가 재택근무 결정 사실을 보고하지 않아 서운했다는 점만 전했을 뿐 괴롭힘으로 볼 만한 상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질책하는 자리가 아니었고, 다 같이 서 있는 자리에서 10여 분 정도 얘기를 나눴다"며 "임신부를 세워두고 안 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해명했다. 이어 "공연 명단을 짜고 일정을 조율하는 게 내 업무인데, 보고 없이 재택근무를 했다니 납득하기 어려웠다"며 "내 직무를 충실히 했고, 업무 범위를 벗어난 폭언이나 폭력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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