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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 "메신저로서 싸움은 이제 그만, 신곡은 농담처럼 경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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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 "메신저로서 싸움은 이제 그만, 신곡은 농담처럼 경쾌하게"

입력
2022.05.16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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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정태춘 음악 인생 다룬 다큐 영화 개봉
10년 만에 신곡 작업도...3월부터 14곡 작곡

가수 정태춘은 "지금 내 목표는 음악적으로나 가사적으로 좋은 곡을 만드는 것뿐"이라며 "딱 100곡만 더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NEW 제공

가수 정태춘은 "지금 내 목표는 음악적으로나 가사적으로 좋은 곡을 만드는 것뿐"이라며 "딱 100곡만 더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NEW 제공

“나 같은 사람을 영화로 찍어서 흥행이 되겠어?”

독립영화 제작자인 고영재 프로듀서가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처음 꺼냈을 때 가수 정태춘은 이렇게 반문했다. 대중이 자신과 멀어졌다는 생각에 음악 창작 활동을 멈춘 상태였다. 시간을 두고 몇 번을 물어도 대답은 변함이 없었다. 2018년 정태춘 박은옥 데뷔 40주년 기념 사업 준비 모임이 꾸려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영화를 만들자는 사업단의 제안에 정태춘도 그러자고 했다. “내놓을 게 있다면 다 내놓아도 될 정도의 시기가 됐다”고 생각해서였다.

18일 개봉하는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은 정태춘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를 중심으로 그가 걸어온 음악 인생 40년을 요약한 작품이다. 영화의 제목으로 쓰인 10집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수록곡 ‘아치의 노래’부터 ‘시인의 노래’ ‘촛불’ ‘떠나가는 배’ ‘북한강에서’ ‘92년, 장마 종로에서’ ‘정동진3’까지 28곡이 담겨 정태춘의 음악 여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40주년 기념 공연 실황은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두고 촬영해 마치 공연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안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홍보 일정에 분주한 정태춘과 고영재 감독을 13일 서울 마포구 문화예술기획 봄 사무실에서 만났다. 고 감독은 "정태춘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은 '노래'라는 생각에 음악을 중심으로 그의 고민과 활동을 담았다"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가수이기에 음악적 평가에 초첨을 맞추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촬영에 3년이 걸렸고 자료 정리에만 6개월이 소요됐다. 고 감독은 정태춘이 수십 년간 모아놓은 자료를 검토하고 언론사 자료실과 관계자 인터뷰 등을 통해 교차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영화를 완성했다.

가수 정태춘(왼쪽)과 고영재 감독. 정태춘은 “영화를 두 번 볼 수 있다면 처음엔 드라마에 집중해서 보시고 두 번째는 음악을 중심으로 보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NEW 제공

가수 정태춘(왼쪽)과 고영재 감독. 정태춘은 “영화를 두 번 볼 수 있다면 처음엔 드라마에 집중해서 보시고 두 번째는 음악을 중심으로 보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NEW 제공

정태춘의 음악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서정시인이라 불리며 활동하던 시절의 음악과 사회운동가로서 활동하던 당시의 음악. 분기점은 1987년 청계피복노조가 연 일일찻집에서의 공연이다. “광주 민주화운동의 진실이 드러나고 있던 1980년대 중반부터 사회과학 서적을 읽기 시작했어요. 세상을 제대로 파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변화하고 있었던 거죠. 사춘기 소년의 정서에서 서서히 깨어나 어른으로 각성해 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영화는 1989년 전국교직원노조 합법화 투쟁, 1993년 가요 사전 검열 철폐 운동, 2006년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운동, 2016년 광화문 촛불집회 등 한국 현대사의 주요한 대목마다 늘 민중과 함께했던 정태춘의 모습을 비춘다. 권력에 맞서 싸우며 노래했던 건 의무감에서였을까. “의무나 연대감이라기보단 분노에 가까울 겁니다. 정치적 상황이나 사회적 구조에 희생되거나 억압당하는 사람들, 사회·경제적으로 배제되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느꼈던 분노 말이죠. 사회과학을 공부하면서 음악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내 노래가 확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중 한 장면. NEW 제공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중 한 장면. NEW 제공

'아치의 노래, 정태춘'은 시인이자 지식인인 음악가가 어떻게 사회와 부딪히며 변해왔는지 보여준다. 11집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2012) 이후 음악 창작을 중단하고 시, 붓글씨, 사진, 콘서트 활동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근황도 짤막하게 소개한다.

음악에서도, 세상을 바라보고 대응하는 것에서도 대중과 멀어졌다는 생각에 10년간 곡을 쓰지 않았던 그가 지난 3월부터 다시 노래를 만들고 있다. ‘올레길 유채꽃’이라는 제목의 곡을 포함해 벌써 14곡을 썼고 그중 서너 곡은 거의 작업을 마쳤다고 한다.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진지한 이야기를 계속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죠. 산업주의(자본주의) 문명에 반대하고 시장의 비윤리성에 치를 떨면서도 그 안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모순에 대한 갈등도 있고요. 이제 문명을 바라보는 고약한 원론주의자적 입장에서 노래를 만들긴 힘들 것 같습니다. 메신저로서 싸움은 이제 그만하려고요. 주위의 소소한 이야기를 가지고 너무 진지하지 않게, 경쾌하게 말하는 노래를 만들고 싶습니다. 신곡 중엔 농담 같은 곡도 있고 툭툭 던지는 대화 같은 곡도, 짧은 트로트 같은 곡도 있어요. 목표는 그저 좋은 음악입니다. 좋은 음악을 딱 100곡만 더 만들고 싶어요.”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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