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커먼타운, 맹그로브... 코리빙 하우스 각광
"단순한 임대 사업 아닌 주거 서비스 제공"
이웃 간 커뮤니티 형성 역할도
'쾌적한 원룸'이란 게 가능할까.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1인 가구 김근호(29)씨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약 7평 원룸에서 1년 반째 살지만 좁다고 느끼지 않는다. 오피스텔에 살다가 공유 주택인 코리빙(co-living) 하우스로 이사하고 나서부터다. 본격적인 요리를 할 때면 1층 공용 주방으로 내려가니 방에 음식 냄새가 배지 않는다. 철 지난 옷은 지하 창고에 보관한다. 일할 때는 건물 안 공유 오피스를 적극 활용한다. 김씨는 "내부 공간을 차지하던 물건을 많이 덜어냈더니 훨씬 깔끔하고 살기 편해졌다"고 말했다.
1인 가구의 주거 공간으로 코리빙 하우스가 각광 받고 있다. SK D&D의 에피소드, 코오롱 글로벌의 자회사인 커먼타운 등을 포함해 맹그로브, 로컬스티치 등 법인이 운영하는 공유 주거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다. 룸 형태와 크기에 따라 60만~400만 원으로 책정되는 다소 높은 월세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많은 지역은 점유율이 상시 80%를 웃돌 정도로 인기다. 일부 방은 대기까지 생겨날 정도다.
코리빙 하우스는 화장실, 주방, 세탁기 등이 갖춰진 개인 공간과 별도로 널찍한 공용 주방, 세탁실, 공용 오피스, 테라스 등이 마련돼 있다. 방만 따로 쓰는 '셰어 하우스'와 다르다. 또 지점에 따라 피트니스 센터, 스크린 골프장, 라운지, 루프탑, 펫 전용 시설도 구비돼 있다. 에피소드의 경우 이케아, 무인양품에서 개인 공간에 사용할 가구도 대여가 가능하다. 청소·세탁 서비스 등 각종 컨시어지 서비스도 제공한다. 분류하자면 하숙집보다는 호텔식 거주 형태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이를 두고 "멜론에서 음악을 재생하듯이 차, 가구, 옷 심지어 집까지도 스트리밍하는 '스트리밍 라이프'의 일종"이라고 해석했다. 공간을 소유한다기보다는 하나의 주거 서비스를 '경험'한다는 의미다. 김종평 커먼타운 영업이사도 "커먼타운의 운영팀 멤버 다수가 호텔리어 출신으로, 코리빙은 단순한 주거 임대 사업이 아니라 주거 서비스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거주자는 주로 20, 30대로, 프리랜서, 1인 창업자, 코리빙에 익숙한 외국인 강사나 학생이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프리랜서 백모(33)씨도 최근 인근 오피스텔에서 월세가 50만 원 더 비싼 코리빙 하우스로 이사했다. 백씨는 "오피스텔에 살 때 따로 지불했던 공유 오피스 비용을 제외하면 사실상 월 20만 원 정도만 더 내고 있다"며 "공용 시설 관리가 잘 돼 있고 혼자 살기 안전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맹그로브를 설계한 조성익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취향이 확고한 MZ세대에게 이런 공유 주거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카페와 맛집이 많은 동네, 인테리어 디자인도 잘 돼 있는 공간에서의 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웃 간 커뮤니티 형성도 공유 주거의 특징이다. 복도를 오가며 취향, 코드가 맞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에피소드 수유 838에 거주하는 IT 개발자 이용건(30)씨는 "직장 때문에 연고 없는 지역에 혼자 살았을 때 너무 심심했는데, 여기서는 라운지에서 외국인 친구를 사귀거나 화분 가꾸기, 비누 만들기, 커핑 클래스 등에 참여하면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지혜 연구위원은 "실제로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스타트업 창업을 하거나 스터디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유 주거의 월세에는 이곳에서 얻는 유·무형의 다양한 경험에 대한 비용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주거 서비스의 목적도 단순히 고급 오피스텔을 제공하겠다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거주 공간에서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깔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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