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작가 로베르트 무질의 대표작 ‘특성 없는 남자’는 20세기 독일어 소설 중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1880년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에서 태어난 무질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 후 이 작품을 집필했다. 소설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인 ‘카카니아’를 배경으로 파편화된 시대 상황을 치밀하게 형상화한다.
‘근대의 고전’ 중 하나지만 ‘특성 없는 남자’는 1,7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과 난해함으로 인해 그간 완역이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에서야 신지영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교수의 번역으로 국내 최초 완역본이 출간됐다. 신 교수는 무질의 또 다른 책인 ‘생전유고’와 ‘어리석음에 대하여’ 등을 번역한 무질 전문가다.
‘특성 없는 남자’의 최초 한국어 완역을 기념해 13일 서울 성북동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관저에서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이날 기념회에는 볼프강 앙거홀처 오스트리아 대사, 신지영 교수, 신혜양 독일언어문화학과 교수, 문광훈 충북대 독문학과 교수 등이 참석하고 배우 박상원이 소설 속 한 장면을 재연하는 낭독회도 함께 열렸다.
이날 행사는 올해 한국과 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마련됐다. 볼프강 앙거홀처 오스트리아 대사는 “오스트리아 문학은 독일어권에 속하지만 19세기 들어 합스부르크 군주국 지역에서 글을 쓴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점차 발전을 거듭해왔다”며 “독일어권의 현대 문학에서 오스트리아 문학은 오스트리아의 지리적 규모와 인구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문학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번역을 맡은 신지영 교수는 “100년 이상의 독어독문학 역사에서 무질 완역이 이제야 이뤄졌다는 것은 학자로서 부끄럽기도 한 일”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문광훈 교수는 “무질의 작품은 오스트리아 문화 전통의 유산이면서, 오늘의 한국 언어로 번역한 한국 문학의 유산”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오스트리아 외무부는 내년 라이프치히 도서박람회 주빈국으로 초청받은 것에 맞춰 2022년과 2023년을 ‘문학의 해’로 지정하고 ‘국제 문학대담’이라는 주제 아래 오스트리아의 현대 작가들을 국제적으로 알려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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