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87 은하 블랙홀 이후 3년 만에 우리은하서도 확인
국제 공동 연구진이 우리 은하 중심부에 위치한 블랙홀 사진을 찍는 데 성공했다. 2019년 최초로 관측한 M87 블랙홀에 이어 두 번째로 관측한 블랙홀로, 서로 다른 환경과 질량을 가진 천체가 비슷한 생김새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학사적 의의가 크다.
12일 사건지평선망원경(EHT) 공동 연구진은 우리 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Sgr A*)'의 영상을 전세계에 공개했다. 한국천문연구원도 참여하고 있는 EHT는 전세계 8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고자 하는 국제 협력 프로젝트다. 전세계 80개 기관, 300여 명의 연구자가 5년간 힘을 모은 이번 연구에는 우리나라 연구자 9명이 함께했다.
EHT는 3년 전에도 M87 은하 중심부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 우리 은하 중심부 블랙홀도 M87 블랙홀과 마찬가지로 가운데 검은 부분이 있고, 주변을 원형 고리의 빛이 둘러싼 형태로 관측됐다. 질량(1,500배 차이), 거리(2,000배), 형태(원반형과 나선형) 등 여러 물리적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은하 중심부 천체가 몹시 닮은 모습을 보인 것이다. 손봉원 천문연구원 박사는 "두 블랙홀의 유사성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을 증명하는 중요한 증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했던 김재영 경북대 천문대기학과 교수는 "그 동안 은하 중심부에 블랙홀이 있을 것이라고 이론적으로 예상만 해왔는데, 이번에 이것이 관측적으로 증명됐다"며 "두 블랙홀 자체도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이를 같이 연구하면 상호보완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후 EHT 연구진은 지구 내 전파망원경 성능을 개선하고 우주에 망원경을 쏘아 올리는 방식으로 더 많은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손 박사는 "현재 블랙홀이 존재한다고 알려진 대상은 꽤 있는데,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EHT 수준으로는 관측이 불가능하다"며 "앞으로 관측 기술이 발전하면 블랙홀이 물질을 빨아들인 뒤 방출하는 과정을 관측해 주변 은하, 은하단까지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 EHT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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