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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돼 죽는 낙타·돌고래 없게 법 통과를..."

입력
2022.05.13 11:00
수정
2022.05.1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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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낙타 '햇님이',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 통과 촉구

편집자주

문재인 정부 시절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운영합니다.


대구의 한 동물원에 홀로 남아 있는 낙타 '햇님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햇님이의 구조를 논의 중이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대구의 한 동물원에 홀로 남아 있는 낙타 '햇님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햇님이의 구조를 논의 중이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저는 대구의 한 동물원에 홀로 살고 있는 낙타 '햇님이'입니다. 제가 사는 동물원은 지난해 2월 동물들을 굶기고 열악한 환경에 방치한 게 드러나면서 공분을 샀던 곳입니다. 저 역시 물과 사료를 제대로 먹지 못해 건강이 악화했고 몸 곳곳에 염증이 생겼습니다. 원숭이, 양, 염소 등 다른 동물은 구조돼 이곳 저곳으로 흩어졌지만 저는 아직 갈 곳을 찾지 못해 이곳에 남아 있습니다.

최근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난달 31일 검찰이 1년 만에 동물원 운영자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겁니다. 종양이 생긴 제 친구 낙타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하고, 그 사체를 토막 내 다른 동물에게 먹이로 준 사실까지 추가로 드러났지요. 현재 다른 체험 동물원들을 운영하는 운영자는 '동물학대 혐의로 기소된 1호 동물원 운영자'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습니다.

고드름이 가득한 사육장에서 길러진 대구 한 동물원의 원숭이(오른쪽 사진)와 구조된 후 개인 봉사자가 준 과일을 들고 있는 원숭이. 금빛실타래 블로그 캡처

고드름이 가득한 사육장에서 길러진 대구 한 동물원의 원숭이(오른쪽 사진)와 구조된 후 개인 봉사자가 준 과일을 들고 있는 원숭이. 금빛실타래 블로그 캡처

동물보호단체들은 허술한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을 동물원 동물학대의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현재는 형식적 등록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동물원이나 수족관을 설립할 수 있습니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동물원이나 수족관의 운영 및 관리 실태를 정기적∙전문적으로 조사할 의무도 없습니다. 동물원수족관법 제11조에 따르면 '시∙도지사가 지도∙점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관계 공무원으로 하여금 동물원 또는 수족관을 검사하게 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어서입니다. 대부분의 '관계 공무원'은 동물원이나 동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관람객이 줄어들면서 문을 닫는 동물원이 늘었고 동물들이 방치되는 사례가 속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동물원수족관법 제12조는 '연속해서 6개월 이상 개방하지 아니한 경우 사유와 계획을 시∙도지사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운영자는 6개월은 휴∙폐원 신고를 하지 않고 동물들을 방치해도 법적 제재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동물원수족관법 전면 개정안, 10개월 지났지만 논의 조차 안돼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녹색당 동물권위원회,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자유연대, 동물해방물결, 비글구조네트워크 등 국내 7개 시민사회 단체는 이달 초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세상을 떠난 전시동물의 추모식을 열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녹색당 동물권위원회,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자유연대, 동물해방물결, 비글구조네트워크 등 국내 7개 시민사회 단체는 이달 초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세상을 떠난 전시동물의 추모식을 열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국내 7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달 초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세상을 떠난 전시동물의 추모식을 가졌습니다. 동물원에 살다 제대로 된 치료도 못 받고 이름도 없이 떠난 제 친구 낙타와 2018년 대전 동물원을 탈출한 뒤 사살당한 퓨마 '뽀롱이', 제주 돌고래 체험시설 마린파크의 마지막 생존 돌고래였으나 지난해 세상을 떠난 '화순이'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이런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단체들은 동물학대를 일삼은 동물원 운영자의 강력 처벌과 지난해 7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동물원수족관법 전면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습니다. 개정안에는 동물원과 수족관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꾸고 허가 시 전문 검사관이 시설을 점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또 운영자가 3개월 이상 개방하지 않으려면 휴원 10일 전 사유와 관리 계획, 향후 개방 계획 등을 신고하도록 했습니다.

지난해 6월 제주 마린파크에서 죽기 직전까지 만지기 체험에 동원됐던 화순이. 카라 제공

지난해 6월 제주 마린파크에서 죽기 직전까지 만지기 체험에 동원됐던 화순이. 카라 제공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면 제주 돌고래체험시설 퍼시픽리솜이 돌고래를 무단으로 또 다른 시설로 빼돌리는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다"며 "6개월이나 문을 닫고 난 뒤 휴∙폐원 신고를 가능하게 한 현행법은 많은 동물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동물원수족관법 전면 개정안은 발의된 지 10개월이 지나도록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방치되어 있는 동물원과 수족관 동물들을 위해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 통과되길 촉구합니다. 또 동물들을 방치해 죽음으로 내몬 동물원 운영자를 강력 처벌해주세요.

동물원수족관법 전면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고 동물 학대하는 동물원 운영자의 강력 처벌을 요구한 낙타 '햇님이'가 낸 청원에 동의하시면 포털 사이트 하단 '좋아요'를 클릭하거나 기사 원문 한국일보닷컴 기사 아래 공감 버튼을 눌러 주세요. 기사 게재 후 1주일 이내 500명 이상이 동의할 경우 해당 전문가들로부터 답변이나 조언, 자문을 전달해 드립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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