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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도 마스크 썼다... '코로나 환자' 첫 인정 북한, 핵도발 미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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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도 마스크 썼다... '코로나 환자' 첫 인정 북한, 핵도발 미루나

입력
2022.05.13 00:10
수정
2022.05.13 07:06
6면
0 0

北, 전국 시·군 봉쇄... 비상방역 최고수위 격상
'노마스크' 고집 김정은도 의료용 마스크 착용
7차 핵실험 등 '5월 고강도 도발' 강행 갈림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마스크를 쓴 채 당 중앙위 제8기 제8차 정치국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마스크를 쓴 채 당 중앙위 제8기 제8차 정치국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북한이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 발생 사실을 처음 인정했다. 확진자도 다수인 데다 백신도 없어 급격한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즉각 나라 안팎의 문을 죄다 걸어 잠그고 비상방역에 돌입했다. 감염병 변수가 돌출하면서 21일 한미정상회담에 맞춰 점쳐졌던 7차 핵실험 등 북한의 고강도 도발 스케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주목된다.

전파력 센 '스텔스 오미크론' 확인

북한은 이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당 중앙위 제8기 제8차 정치국회의를 열어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정치국은 “2020년 2월부터 2년 3개월에 걸쳐 굳건히 지켜온 비상방역 전선에 파공이 생기는 국가 최중대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8일 평양의 한 단체 발열자들에게서 채집한 검체 유전자 배열 분석 결과, 요즘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BA.2(스텔스 오미크론)’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구체적 감염 규모는 알리지 않았으나, “발열자들”이라는 표현에 비춰 집단감염 가능성도 충분하다. 스텔스 오미크론은 기존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30% 정도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회의에 ‘의료용 마스크’를 쓰고 등장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김 위원장의 동선 중 마스크 착용은 처음이다. 그만큼 북한 당국이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북한은 즉각 특유의 초강력 봉쇄령 카드를 다시 꺼냈다. 국경 폐쇄는 물론 전국 시, 군, 사업ㆍ생산활동 단위까지 이동을 막았다.

"백신 달라"... 국제사회에 손 내밀 듯

북한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처음 인정한 12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방문객들이 망원경으로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를 살펴보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북한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처음 인정한 12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방문객들이 망원경으로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를 살펴보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문제는 북한의 방역 역량이다. 북한은 줄곧 방역 우선순위를 바이러스 유입 차단에 뒀다. 2020년 1월 국경을 틀어막고 외부와의 인적 교류도 원천 차단했다. 이후 국제사회에 ‘코로나 청정국’ 이미지를 계속 부각시키며 ‘철통 방역’ 성과를 자랑해 왔다. 하지만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감염 확산을 초기에 억제하지 못할 경우 북한의 취약한 보건의료 시스템으로 전파 속도를 따라잡는 건 불가능하다. 더구나 북한은 국제사회가 지원 의사를 밝힌 코로나19 백신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악재는 또 있다. ‘혈맹’ 중국마저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봉쇄할 정도로 바이러스 확산이 빨라 제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북한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알린 것도 이런 열악한 보건환경과 무관치 않다. 특히 지난달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 110주년과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기념 열병식 등 대규모 행사를 ‘노마스크’로 치러 이미 상당한 환자가 나왔을 수 있다. 때문에 환자 공개는 백신 지원 등 국제사회에 손을 내밀기 위한 명분 쌓기 제스처로 읽힌다.

여기에 감염병 창궐은 중대한 체제 위협 요인이기도 하다. 통제 고삐를 한층 조여 주민 불만을 잠재우는 부수 효과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5월 핵실험' 강행? 연기?

여파는 북한 내부에만 미치지 않는다. 한미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과 바이든 대통령 방한이 겹친 5월을 북한 핵도발의 적기로 꼽아왔다. 실제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작업이 거의 끝나는 등 핵실험은 시간문제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모든 국가 역량을 방역에 집중하면서 김정은 정권은 도발 강행과 보류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일단 이날 북한은 닷새 만에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해 도발 ‘시간표’를 고수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 역시 회의에서 “방역대전의 승리를 무력으로 담보해야 한다”면서 도발 ‘마이웨이’ 쪽에 무게를 실었다. 내부 혼란상 수습을 위해서도 주민들의 시선을 돌리는 이벤트가 필요하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보건 취약점이 확인됐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미사일을 발사해 방역과 안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핵실험은 대내적으로도 ‘대형 사건’이라 최대 비상방역 체계까지 발동한 상황에서 북한이 방역과 도발을 함께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대북 보건협력에 긍정적 입장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 주민 지원과 남북 간 방역ㆍ보건의료 협력은 인도적 차원에서 언제라도 추진할 수 있다”며 “국제사회와의 협력도 필요하면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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