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장기 12년·단기 7년 1심 '그대로'
10대 "재범 가능성 낮다" 주장했지만...
재판부 "범행수법 잔인...가능성 높다"
9년간 자신을 키워준 친할머니를 잔인하게 살해한 10대의 집 옥상에 할머니가 빨아 놓은 교복이 걸려 있다. 김민규 기자
이혼한 부모를 대신해 9년간 돌봐준 친할머니를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장기 12년·단기 7년을 받은 10대가 항소심에서도 형량이 유지됐다. 2심 법원은 "보호관찰소 의견과 피고인의 범행 수법 등을 고려했을 때 재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1심에서 명령한 10년간 전자장치 부착도 유지했다.
대구고법 형사1부(부장 진성철)는 12일 잔소리를 한다며 할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구속기소된 A(19)군의 항소심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군 범행을 도운 혐의(존속살해방조)로 기소된 동생 B(17)군에 대한 검사의 항소도 기각했다. 1심에서 A군은 징역 장기 12년·단기 7년, 동생 B군은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A군과 검사만 항소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나쁘지만 피고인들이 고교생인 점,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등이 있는 점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이 적정하다"고 밝혔다.
항소심에선 A군의 정신감정 결과와 재범 위험성이 거론돼 눈길을 끌었다. A군은 항소이유서에서 “재범 가능성이 낮아 재범을 방지하려는 목적의 전자장치 부착명령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그러나 A군에 대한 정신병질자 선별도구 평가 결과와 보호관찰소 조사관의 의견, A군의 범행수법이 잔인한 점을 미뤄 "재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A군을 지켜 본 보호관찰소 조사관은 △성장과정에서 경험한 정서적 심리적 상처가 상당한 점 △분노 표현의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해 속으로 삭이는 등 스트레스 해소에 어려움을 겪는 점 △가족 및 지인을 비롯한 지지 체계가 약한 점 △인터넷 게임에 중독 수준으로 빠져 있는 점을 부정적인 재범 요인으로 평가했다.
A군은 지난해 8월 30일 오전 대구 서구 자신의 집에서 친할머니가 잔소리를 하고 꾸짖는 데 격분해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현장에 있던 친할아버지까지 살해하려다 동생의 만류로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았다.
동생 B군은 형이 할머니를 살해할 때 비명이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사전에 창문을 닫는 등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형제는 2012년부터 신체장애를 가진 조부모와 함께 생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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